김경윤, 김한수, 정화진, <청소년농부학교>(창비, 2018)
청소년 농부학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 청소년 농부학교는 처음이시죠? 농촌에서야 농사가 일상사이지만, 도시에서는 농사짓는 일이 흔하지는 않아요. 그냥 마트에서 깔끔하게 다듬어진 농작물을 구입하여 소비할 뿐이지요. 그래서 자신이 먹는 농작물이 어떻게 심어지고 자라고 거두어지는 지 몰라요. 생산은 없고 소비만 있지요.
어른들은 그래도 어렸을 적에 직간접적으로 농사를 경험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요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농사경험이 거의 없어요.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오로지 공부공부만을 강요당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그나마 쉬는 시간에도 핸드폰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온갖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지는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자연과 더불어 배우고 즐긴다”는 것이 청소년 농부학교의 구호지요. 우리는 청소년 농부학교를 통하여 건강한 몸을 키우고, 좋은 생각을 가꾸며, 꿈꾸는 공동체를 이루려 해요. 땀 흘려 농사짓고, 신나게 놀고, 맛있게 요리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배우는 거지요.
그 과정에서 생명을 키우고 보살피는 생명존중의 태도를 익히고,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나아가 세상을 생태주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될 거예요.
도시에 살게 되면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땅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선물하는지 잘 모르고 살기 쉬워요. 은행에다 1000원을 저금하면 일 년이 지나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지만, 땅에다가 콩 한 알을 심고 가꾸면 수 백 배의 콩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지요. 도시에서는 쓰레기 취급당하는 똥과 오줌, 먹다 남은 음식물들이 땅에게는 영양이 풍부한 비료로 사용되기도 해요. 농사를 통해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쓸모를 배우면서, 우리는 삶의 지혜도 또한 배우지요.
농사는 우리에게 인내를 가르쳐주기도 해요. 빨리빨리만 외치는 초고속 사회에서도 생명이 자라는 데에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그래서 생명을 키우는 것은 저마다의 속도를 인정하고 돌보는 것이며, 싹이 나고 자랄 때까지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지혜도 배울 수 있어요. 씨앗에게 어떠한 잠재력이 있는지 씨앗을 부수고 쪼개는 것이 아니라, 땅에 심고 가꾸어야 해요.
청소년 농부학교는 속성이 없어요. 자연의 변화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하는 성실함도 배워요. 그리고 모든 것은 심을 때가 있고, 자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는 단순하지만 단단한 삶의 원리도 배우지요. 그리고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그 생명을 살리는 어머니를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보살핌의 지혜도 배우지요. 건강한 어머니가 있어야 튼튼한 아이가 태어나듯이, 자연의 어머니인 땅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우게 되지요.
그뿐인가요. 농사를 배우는 청소년들은 등급으로 평가받지 않아요. 일을 잘 하는 아이들은 일을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평등한 관계를 배우지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눌 때는 넉넉히 나눠요. 자신이 가꾼 농작물로 요리해서 함께 맛있게 먹으면 편식하는 버릇도 없어지고요, 음식물을 남기는 버릇도 사라지지요. 게다가 화학첨가물이 없는 건강한 식재료를 먹다보면, 면역력도 높아지고 몸도 튼튼해지지요. 어떻게 아냐고요? 도시에서 손수 농사를 배우고, 농작물을 키워 먹었던 농부 선배들이 가르쳐 주었지요.
여러분은 이제 여러분이 직접 농사할 텃밭도 설계하고, 여러분이 심고 싶은 작물도 심고, 여러분이 먹고 싶은 다양한 요리들도 배울 수 있게 될 거예요. 감자와 상추, 쑥갓, 토마토, 딸기, 오이나 호박, 고추도 심어볼 겁니다. 가을이 되면 배추며 무 등 김장채소들도 심겠지요. 한 해 농사를 짓다보면 쑥쑥 자라는 작물들처럼, 여러분의 몸과 마음도 자연을 닮아 쑥쑥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밭에서 나는 온갖 작물로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누며 멋진 생태요리사가 되겠지요. 아울러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돌볼 줄 아는 근사한 생명지킴이들이 될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면 자연과 함께 하는 청소년 농부학교 출발해볼까요.
2018년 새해에
필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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