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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2. 2024

오늘 : 감자의 임신

2024. 4. 22.

1.

요즘 감자와 카레가 부쩍 사료를 많이 먹는다. 카레야 새끼 고양이니까 크느라 그렇다 치고, 감자가 많이 먹는 것이 이상했다. 나 같은 인간이야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풀기도 하지만, 고양이도 그런가?

이런 의심을 하며 감자를 유심히 관찰하니 요즘 들어 살이 많이 찌고 있다.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영양과다에 운동부족으로 뚱냥이가 된 경우를 많이 봤지만, 종일 싸돌아 다니다 밥때에만 나타나는 마당냥이가 뚱냥이라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2.

감자는 내가 퇴근만 하면 내 앞에 나타나 배를 뒤집고 그루밍을 한다. 그런데 그루밍 자세가 이상하다. 배가 유난히 부르고  유두가 엄청 커졌다. 아하, 임신을 한 거로구나. 임신을 했으니 영양공급을 많이 해야 하고, 사료를 많이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내가 멍청한 것이었다. 그래서 임신한 사실을 안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두 번 먹이던 고양이캔을 매일 하나씩 먹이고 있다. 그것으로 양은 차지 않겠지만 나름 임신묘를 위한 내 작은 배려이다. 덕분에 같이 지내는 카레도 덩달아 참치맛을 알아, 나만 나타나면 내 주위를 맴돌며 입맛을 다신다.

3.

오늘은 퇴근 후 집에 갔는데, 감자가 온몸이 시꺼매져서 내 앞에 눕는다. 감자는  동네에서도 자기 청결로는 1, 2위를 다툴  정도로 깨끗한 놈이었는데, 어쩌다가 이 꼴이 된 것일까?


감자에게 물어보았다.

"어쩌다 꼴이 이 지경이 됐니? 집안 어려운 걸 알고  아르바이트로 연탄배달을 했니?"

감자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 딴청을 피운다.


딴 놈들하고  싸웠나? 몸을 살펴보니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숲 속을 헤매다가 흙이 묻었나?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낳을 때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가 출산을 한다고 하는데, 혹시 그런 곳을 찾아 헤맨 것인가?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평균 서너 마리는 낳는다는데 그 갓 태어날 새끼들을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내가 아예 데리고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모든 양육을 감자한테 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그래도 걱정은 걱정이다.


4.

이제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는 고양이 사료도 다 떨어졌다. 나에게는 고양이 캔 스무 개 남짓 남았을 뿐이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낚시꾼들에게 작은 생선이라도 동냥해 삶아 먹여야 하나? 다음번 밖에 나갈 때 고양이 사료를 구입하긴 하겠지만, 고양이들도 입맛이 까다로워 사료가 바뀌면 잘 먹지 않는다는데 걱정이다.


걱정이다, 걱정!

쩌다가 고양이들을 만나 이런 걱정을 하게 됐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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