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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24. 2024

오늘 : 벤자리

2024. 6. 24.

1.

동생이 병원에 있어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타고 양산에 갔다 왔다. 면회시간을 놓쳐 직접 동생을 보지는 못했지만, 응급치료를 잘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아직 몸을 못쓰고 말은 못 하지만, 하는 말은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OX의사표시를 하는 것으로 보아 회복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상태다. 막냇동생과 함께 입원한 동생 남편도 만나 위무하고, 불안해하는 어머니도 만나 진정시키며 지냈다.

떠나는 날에는 어머니 아파트의 밀린 관리비, 전기료, 물사용료를 납부했다. 원래는 여동생이 다 하는 것이지만, 그 동생이 지금 병원에 있으니 막내와 내가 맡아야 할 몫을 나눴다. 동생만 건강해진다면 기꺼이 감당하리라 마음먹는다.

2.

같이 저녁식사도 하고, 어머니 집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에 비가 오지만 시장에 들러 어머니 드실 수 있는 음식재료를 구입하여 냉장고를 채워 넣었다. 아마도 당분간은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헤어지는 마음이 아쉽다. 김해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리니 6시 20분, 버스를 타고 모슬포에 도착하니 7시, 숙소를 잡고 식사를 하고, 간단히 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든다. 전쟁 같은(?)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배를 타고 가파도로 들어가야 하는데, 오전까지 풍랑주의보! 오후에 겨우 해제되어 들어와 근무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만사가 귀찮은데 블루오션 사장님이 저녁 먹고 가란다. 집에 가서 불질하기 싫었는데, 염치 불고하고 저녁을 얻어먹었다. 메뉴는 멜국. 아, 멸치와 소금과 배추만으로 이런 맛이 나오다니!

3.

일찍 잠자리에 들어 혼곤히 잠에 들었다가 출근시간이 다되어 일어났다. 밥도 먹지 못하고 허겁지겁 자전거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여 매표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영진이 아빠가 와서 어제 벤자리를 많이 잡아 점심으로 구워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잖다. Why Not? 심지어 차까지 빌려 타고 다시 블루오션으로 가서 어제 먹은 멜국과 벤자리 알탕, 벤자리 구이 3종 세트로 점심식사를 푸짐하게 한다.

상에 차려놓은 멜국, 벤자리알탕, 벤자리 구이다 환상의 요리를 반찬으로 먹는다. 저, 만연의 웃음을 웃고 있는 자가 영진아빠, 장준호다. 벤자리를 8마리나 낚은 초보낚시꾼!!

여독이 풀리고 기운이 난다. 다행이다. 이번주부터 장마라는데, 컨디션을 별로 안 좋았다. 그런데 벤자리 알탕과 구이는 정말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이 기가 막혀 불행마저 날아가버릴 것 같다. (뻥이다!)

어쨌든 초보낚시꾼으로 벤자리를 낚은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인데, 무려 8마리나 잡았다고 하니 영진이 아빠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벤자리를 다 다듬어 알은 알탕으로, 고기는 회와 구이로 만든 블루오션 사장님의 정성에 박수!  밥과 김치를 푸짐하게 가져와 배를 든든히 해준 영진 엄마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보낸다. 한낮에 벤자리 축제라니, 나도 복 받은 인간이다. (살맛 난다!)


<정보 추가>

벤자리(Chicken grunt)는 수온 20도 이상에서 먹이활동이 활발한 아열대성 어류다. 한국에서는 주로 남부지역에서 많이 잡히는데, 제주도(특히 가파도)에서 잡은 벤자리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크기에 따라 30cm 이하는 '아롱이'이라 부르고, 45~50cm가 넘어가는 큰 벤자리는 '돗벤자리'라고 부르며 특급대우를 해준다. (영진 아빠가 잡고, 우리가 구워먹은 벤자리는 돗벤자리였다.) 맛이 달고, 향기로우며 육질아 쫄깃하여 회로도 최고로 여기고, 일본에서는 조림의 최고 재료로 꼽는다. 뼈가 갈치처럼 크고 단단하여 구워먹거나 졸여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주로 5~6월에 잡히는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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