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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29. 2024

마치며 : 노자의 세 가지 보물

도덕경 67장

1.

우리집의 가훈은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여러 번 바뀌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아님 말고’가 가훈이었다. 당대 자본주의 시대정신인 ‘하면 된다’의 안티테제였다. 해서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좌절감을 안길 필요는 없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국영수 말고 의식주’가 우리집 가훈이었다. 입시가 선택이라면 생활은 필수였다. 어른이 되는 입문단계는 스스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분담하고, 가사노동을 훈련시켰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하고, 자기가 벌인 일은 자기가 마무리해야 한다. 청소, 빨래, 음식 만들기, 설거지하기,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막내가 대학생이 될 무렵, 아이들에게 가훈을 바꿀지 물었을 때 막내가 ‘그럴 수 있어’가 어떠냐고 말했다. 참으로 실용적이고, 개방적이고, 관용적이고, 성찰적인 가훈이라 생각한다. 동의했다. 실수나 실패, 변화와 전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집 가훈은 세 번 바뀌었다.    

 

내 환갑잔치에 참석한(?) 우리집 두 아들. 그리고 아들 사이에 빨간 옷 입고 노래하는 청년이 젊은 날의 나다.

2.

3이란 숫자는 묘한 안정감이 있다. 삼국지, 삼위일체, 삼족오, 삼식이(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 새마을 운동의 근면, 자조, 협동,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 국체의 입법, 사법, 행정, 바울의 믿음, 소망, 사랑. 3은 기억하기 쉽고, 강조하기 쉽다. 3을 넘어가면 뭔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인가? 노자는 자신에게 3가지 보물이 있다고 말한다.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이 세 가지가 노자의 처세술이다. 기독교의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인 것처럼, 노자의 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 중에 제일은 자애로움이다. 사랑과 자애로움은 꽤 넓은 공통영역이 있다. 사랑이 없다면, 도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이 생이 이어진다. 그대와 내가 만난다.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를 앞당겨 살아가게 하는 힘도 사랑이다. 하늘도 사랑으로 만물을 감싸고 보호한다. 인간은 사랑으로 용감해질 수 있다. 그러니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내 도가 너무 커서

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너무 커서 도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에 도처럼 보였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었겠지요.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애로움이요,

둘째는 검소함이고,

셋째는 세상에 앞서려고 하지 않음입니다.

자애롭기에 용감해지고

검소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앞서려 하지 않기에 천하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자애로움을 버리고 용감하려만 하고

검소함을 버리고 풍족하려만 하고

뒤를 버리고 앞만 취하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죽습니다.


자애롭게 싸우면 이길 것이고,

자애롭게 지키면 튼튼합니다.

하늘도 이 사람을 지키려고

자애로움으로 호위해 줍니다.(67장)     


天下皆謂我道大 似不肖 夫唯大 故似不肖 若肖久矣 其細也夫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夫慈故能勇 儉故能廣 不敢天下先 故能成器長

今捨其慈且勇 捨其儉且廣 捨其後且先死矣 夫慈以戰則勝 以守則固 天將救之 以慈衛之


Some say that my teaching is nonsense.

Others call it lofty but impractical.

But to those who have looked inside themselves,

this nonsense makes perfect sense.

And to those who put it into practice,

this loftiness has roots that go deep.     

I have just three things to teach:

simplicity, patience, compassion.

These three are your greatest treasures.

Simple in actions and in thoughts,

you return to the source of being.

Patient with both friends and enemies,

you accord with the way things are.

Compassionate toward yourself,

you reconcile all beings in the world.      


3.

가파도로 내려와 다시 도가사상을 공부하며 나는 도가사상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아낌(노자), 비움(열자), 즐김(장자)! 아낌은 사랑과 상통한다. 사랑하기에 아낀다. 사랑하기에 아낀 것을 기꺼이 쓸 수 있다. 사랑만이 자신을 비우고 사랑을 채울 수 있다. 사랑하는 자는 즐겁다. 그러니 사랑하며 살자. 이제 <가파도에서 읽는 노자>를 끝맺는다.

하루에 한 편씩 쓰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고맙다. 한 달에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이제 다시 글을 쓰든 쓰지 않든 나는 자유롭다. 이 자유를 사랑을 위해 쓰겠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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