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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l 11. 2024

오늘 : 비

2024. 7. 11.

1.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질 않는다. 오늘은 아마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 같다. 비는 인간에게 여러 정서를 환기시킨다. 홀로 있는 사람에게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인생무상과 허무함, 농부에게는 풍요로움과 넉넉함, 연인에게는 그리움과 허전함 등이 떠오를 것이다.

비가 내려 관광객들이 별로 오지 않겠구나 예상했는데, 예상을 벗어나 제법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배에서 내리면서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삼삼오오 우산들이 모여 다니는 풍경은 어린 시절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라는 노랫말의 동요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 홀로가 아니라면 비가 와도 괜찮지. 아니 비가 와서 더 낭만에 빠질 수도 있겠구나. 서로의 온기를 더욱 느끼며 가까워질 수도 있겠구나 상상해 본다.

2.

비가 오니 무더위가 한꺼풀 꺾인 듯인 느낌도 든다. 열 뜬 지붕과 마당도 비를 맞아 차분해진다. 일기예보 상으로 이번 주까지 비가 내리고 다음 주부터는 비가 오지 않는다. 장마는 끝나는 건가? 아마 장마 후에는 무더위가 찾아오겠지. 무더위는 무더위 대로 견디더라도, 이 비를 오늘은 즐겨야겠다.

비를 맞으며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작은 동심원을 액자 삼아 그 얼굴을 담아본다. 계절 감각은 안 맞지만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듣는다. "비가 내리면~~"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정서상 지금과도 너무도 잘 어울린다. 잠시 읽던 책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시간론>을 접어 놓고, 노래를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보낸다. 그곳에도 비는 오는가?


https://youtu.be/4UTKIRSK0BY?si=4Y3EWFtwpv7akt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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