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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l 24. 2024

오늘 : 외출할 결심

2024. 7. 24.

1.

태풍 개미는 제주도를 비켜서 중국 쪽으로 상륙했다. 태풍의 직접적 피해를 겪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태풍이 닥치면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가파도 대부분의 집은 3중창으로 되어있다. 문, 방충문, 철문 이렇게. 우리 집은 창문만 있고, 방충창도 철창도 없다. 문도 유리문에 방충문이 하나 있을 뿐이다. 만약에 태풍이 몰려왔다면 생각만 해도 살짝(?) 무섭다.

비록 태풍은 비켜 갔지만 태풍의 영향은 대한민국 곳곳에 미쳤다. 우리 식구와 지인들이 살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는 연일 계속되는 비로 많이 고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반해 가파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리고 내일과 모레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높아져 이틀 동안 결항 소식이 전해졌다. 이대로 가파도에 있을 것인가, 아니면 모슬포로 넘어가 제주도에서 지낼 것인가 고민하다가 나가보기로 했다.


2.

습도가 높아 끈적이던 몸도 편하게 샤워해서 씻고 싶고, 무더위나 비도 쾌적한 공간에서 피하고 싶다. 나가면 돈이라고 하지만, 큰 결심(?)을 한다. 나간다. 오늘 막 배를 타고 외출한 결심을 하고 마지막 배의 티켓을 끊었다. 이제 나가면 적어도 이틀, 길어지면 사흘이나 나흘 정도 제주도에서 지내야 한다. 시간은 넉넉하다. 순환버스를 타고 제주도 버스투어라고 해야지 생각한다. 매번 모슬포에서만 머물던 반경을 넓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풍랑주의보로 날씨는 안 좋겠지만, 날씨 안 좋은 거야 디폴트값으로 살아온 바, 조금도 두렵지 않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며 바람을 맞으리라. 그리고 밤이 되면 한적한 밥집에서 조촐한 밥과 술 한 잔을 할 생각을 한다. 내가 나에게 주는 휴가라고 생각하자. (원래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뜰까 생각했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고 싶지는 않다. 언제든지 모슬포로 돌아와 근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주도에 머물기로 한다.)

3.

블루 오션 봉윤이형에게 차를 빌릴까 생각했는데, 봉윤이형도 지인과 마지막 배로 나간단다. 저녁에 술 한 잔 하자 한다. 그러마 했다. 오늘은 모슬포 호텔에 머물며 하루를 보내고, 내일 아침부터는 이틀 동안 자유 시간이다. 나가서 뭐 하고 놀지 계획을 세우자. 물론 마음 내키는 대로 보내겠지만, 그리고 우연한 인연에 기대어 지내겠지만, 오랜만에 근무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리라.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심 마음을 부풀리고 있는데, 집에 있는 고양이도 걱정이고, 비가 오면 습도가 높아져 혹시나 집에 곰팡이가 지 않을까 걱정된다. 영진이 아빠에게 부탁하여 고양이 밥과 집 상태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 어느새 나는 홀로 사는 생활인이 되어버렸구나.)  밖에 나가있어도 고양이 걱정, 집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4.

그래도 일단 나가자. 오랜만에 장기간(^^) 외출과 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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