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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Nov 11. 2024

오늘 : 중성화수술

2024. 11. 11.

1.

감자가 돌아왔다. 나흘 전 가파도에 길고양이들을 중성화시키기 위해 공무원과 의료진, 동물보호단체의 구성원들이 대거 들어와 가파도 고양이들을 포획하여 마을 강당에서 중성화수술을 하는 일을 진행하였다. 이른바 "TNR이라 하는데, 원래 TNR은 포획·중성화수술·재방사를 의미하는 Trap - Neuter - Return의 앞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 집에서는 암컷 고양이 두 마리, 수컷 고양이 네 마리를 포획해 갔다. 수술을 끝나고 이틀 만에 수컷들은 돌아왔다. 엉덩이 쪽을 살펴보니 땅콩(?)이 사라졌고, 왼쪽 귀 끝이 잘려나갔다. (중성화수술을 한 고양이를 식별하기 위해 귀 한쪽 끝을 자른다.) 고생한 고양이들에게 마지막 참치캔을 따줬다. 그런데 감자와 당근은 암컷인데 보이지 않았다.

수컷만 돌아왔다. 카레와 무.


2.

담당 수의사에게 물어보니 수컷보다 암컷의 수술이 더욱 복잡하고 위험하여 하루 정도 더 관리를 한 후 보내준다고 했다. 전신마취를 시키고 수술했다 한다. 집을 못 찾아오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포획한 곳에 재방사한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암컷 고양이 감자와 당근이 돌아와서 방충망을 긁어대며 밥을 달라고 안달이다. 나는 너무도 반가워 속옷차림으로 뛰어나가 감자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참치캔 대신 츄르를 뜯어 감자에게 먹였다. 감자는 허겁지겁 츄르를 받아먹는다. 하나 더 까 준다.

이번 달이면 이 집을 비워야 하는데 이 고양이들의 밥을 누가 줄 지 걱정이다. 사료야 주겠지만 나처럼 참치캔을 챙겨주지는 않을 것 같다. 쿠팡 창을 열어 고양이캔 한 박스를 주문한다. (내가 없더라도 주말이면 하나씩 따달라고 부탁해야지.)

하루 지나 암컷도 돌아왔다. 감자와 당근

3.

츄르를 짜먹이며 감자에게 말한다.

"감자야, 너무 고생했어. 너는 벌써 새끼를 네 번이나 낳았잖아. 그러니까 이제는 그만 낳아도 돼. 새끼를 너무 많이 낳으면 병 걸리기 쉽대. 이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자."

감자는 내 말은 귓등으로 흘리며 츄르 먹기에 집중한다.

"감자야, 그리고 내가 이번 주에 짐정리해서 저 멀리 상동으로 이사 가는데, 여기서 거기까지 좀 멀어. 너를 데려가려 했지만 새끼들도 걱정되고, 네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고, 그래서 그냥 너를 여기에 두고 떠나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내가 가끔은 찾아와서 참치캔은 따 줄게."

감자는 츄르를 다 먹고 나서, 나를 한 번 쳐다본 후, 쌩 사라져 버린다.

나도 서둘러 출근을 한다.

 

당근이는 새끼  고양이인데, 중성화되어 돌아왔다. 많이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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