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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편지 2

2025. 1. 2.

by 김경윤

작년 말에 선물이 잔뜩 들어있는 소포 한 상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포 속에는 편지 한 통도 들어 있었지요. 가파도에 관광 왔던 두 외국 젊은이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써 있네요. (영어인데 번역했어요. 구글을 비서로 삼고)


김 선생님께,


중국 상하이에서 리나와 리아가 인사드립니다!


올 가을 10월 3일에 우리는 가파도 섬으로 멋진 여행을 갔지만, 불행히도 악천후 때문에 다음날 페리가 도착할 때까지 섬에서 하룻밤을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우리가 밤에 머물 수 있는 아늑한 곳을 찾도록 도와주셨고, 다음 페리에 대한 최신 소식을 알려주시고, 아침에 상쾌한 커피를 대접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직접 쓴 귀중한 책 선물도 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한글을 읽을 수 없지만, 그 마음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당신의 도움에 깊이 감사드리며, 선물을 보내드리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조국인 러시아에서 온 사탕을 보냅니다. 그날 밤 숙박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해 주신 민박집 김 선생님께도 사탕을 나눠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중국 차와 커피도 보냅니다(기억하기로는 커피를 좋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또, 철학 책을 즐기실 것 같아서, 니체가 쓴 고전을 보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돌보신다니, 고양이 예술 작품도 흥미로우시겠지요. 우리 도서관에는 고양이에 대한 어린이 책도 있습니다. 같이 보내드립니다.


잊지 못할 하루를 만들어 주신 환대와 따뜻한 태도에 감사드립니다.


만사형통을 기원하며,

리나Lina와 리아Leah


이 이쁜 청년들이 정성껏 보내준 책 중에서 고양이 시집을 오늘부터 심심파적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재밌네요. 프란체스코 마르치울리아노가 쓴 <여기다가 오줌을 누고 싶어>입니다. 표제작을 소개할게요.

여기다가 오줌을 누고 싶어

그녀의 새 스웨터는 내 냄새가 나지 않아

나는 여기다가 오줌을 누고 싶어

그녀는 하루 종일 외출했고

노트북을 카운터에 두고 왔어

나는 여기다가 오줌을 누고 싶어

그녀의 새 남자친구가 방금

내 머리를 밀어냈어

나는 그에게 오줌을 누고 싶어

나를 무시하는 건 그녀를 무시하는 거야

나는 아무데나 오줌을 누고 싶어

그녀가 나를 무릎에 올려놓고 쓰다듬지만

나는 여기에도 오줌을 누고 싶어

나는 여기에도 오줌을 누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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