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서 <대학> 읽기 3 : 주석 달기

by 김경윤

전(傳) : 공자님의 말씀에 대한 제자의 주석


1. 명명덕(明明德), 밝은 덕을 밝히라


《서경》을 보면 “용감하게 덕을 밝힌다”는 구절이 있고, “하늘의 밝은 명령을 항상 살피라”는 구절도 있으며, “큰 덕을 용감하게 밝히라”고도 했습니다. 이 모두가 밝은 덕에 대한 것입니다.


康誥曰 克明德. 太甲曰 顧諟天之明命. 帝典曰 克明峻德. 皆自明也.

강고 왈 극명덕. 태갑 왈 고시천지명명. 제전 왈 극명준덕. 개자명야.


2. 신민(新民), 사람들을 새롭게


은나라를 세운 탕임금의 목욕통에는 “오늘 새롭게 했거든,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서경》에는 “새로운 백성을 만들라”라고 써 있습니다. 《시경》에는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부여받은 명령은 새롭구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康誥曰 作新民. 詩曰 周雖舊邦 其命維新.

탕지반명왈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강고왈 작신민. 시왈 주수구방 기명유신.

是故 君子 無所不用其極.

시고 군자 무소불용기극.


3. 지어지선(止於至善), 지극한 선함에 머물기


《시경》에 “임금이 머무는 사방 천리 경기땅이여, 사람들이 살기 좋은 땅이로구나!”라 하였습니다. 또 “맑게 지저귀는 꾀꼬리는 언덕 모퉁이에 머무는구나!”라 하였습니다. 이 노래를 들은 공자는 설명하기를 “새조차도 머물러야 할 곳을 아는데, 사람이 새만도 못하랴!”라고 하였습니다.


詩云 邦畿千里 惟民所止. 詩云 緡蠻黃鳥 止于丘隅.

시운 방기천리 유민소지. 시운 민만황조 지우구우.

子曰 於止 知其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

자왈 어지 지기소지. 가이인이불여조호!


《시경》에 “아름답고 훌륭한 문왕이여, 한결같은 밝음으로 경건하게 머무시네”라고 했습니다. 임금이 되어서는 사랑에 머물고, 신하가 되어서는 공경에 머물고, 자식이 되어서는 효도에 머물고, 부모가 되어서는 자애로움에 머물고, 사람들과 사귈 때에는 믿음에 머물렀습니다.


詩云 穆穆文王 於緝熙敬止!

시운 목목문왕 어집희경지!

爲人君 止於仁, 爲人臣 止於敬, 爲人子 止於孝, 爲人父 止於慈, 與國人交 止於信.

위인군 지어인, 위인신 지어경, 위인자 지어효, 위인부 지어자, 여국인교 지어신.


《시경》에 “저 건너 기수 기슭을 바라보니 푸른 대숲이 늠름하구나. 마치 멋진 군자의 모습 같구나. 자르고 밀고 쪼개고 갈아낸 듯하구나. 근엄하고 굳세며 밝고 훤칠하구나. 이렇게 멋진 군자를 어찌 잊으랴”라고 노래했습니다.

여기서 “자르고 밀고”라는 표현은 배움을, “쪼개고 갈아낸 듯 하구나”라는 표현은 스스로 닦음을 뜻합니다. “근엄하고 굳세며”라는 말은 삼가 두려운 모습을, “밝고 훤출하”다는 말은 위엄을 갖추고 있음을 뜻합니다. “이렇게 멋진 군자를 어찌 잊으랴”라는 표현은 그의 성대한 덕과 지극한 선함을 백성이 잊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詩云 瞻彼淇澳 菉竹猗猗. 有斐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 瑟兮僩兮 赫兮喧兮.

시운 첨피기오 녹죽의의. 유비군자. 여절여차 여탁여마. 슬혜한혜 혁혜훤혜.

有斐君子 終不可諠兮.

유비군자 종불가훤혜.

如切如磋者 道學也. 如琢如磨者 自脩也. 瑟兮僩兮者 恂慄也. 赫兮喧兮者 威儀也.

여절여차자 도학야. 여탁여마자 자수야. 슬혜한혜자 순율야. 혁혜훤혜자 위의야.

有斐君子 終不可諠兮者, 道盛德至善 民之不能忘也.

유비군자 종불가훤혜자, 도성덕지선 민지불능망야.


《시경》에 “아아 앞서 계셨던 임금을 잊지 못하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군자는 그 임금의 현명함과 친함을 본받아 그를 따르고, 소인은 임금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본받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앞서 계셨던 임금이 돌아가셔도 그를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詩云 於戱 前王不忘. 君子 賢其賢而親其親. 小人 樂其樂而利其利. 此以沒世不忘也.

시운 어희 전왕불망. 군자 현기현이친기친. 소인 낙기락이리기리. 차이몰세불망야.



1.

공자님의 말씀인 '경(經)'에 대해 제자들이 주석[傳]을 달았다. 주로 유학자들이 숭상하는 오경(五經)에 해당하는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에서 따온 것이다. 오늘날 지식이라면 아마도 관련된 다른 현대적 주석을 달았으리라. 하지만 예전의 제자들은 성인과 스승의 말씀이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것이니 거기에 발붙임하는 것이 권위를 부여하는 방법이었다.


2.

'명명덕'에 달린 주석에서 한글 번역은 모두 《서경(書經)》으로 퉁쳤지만, 한문은 다르다. 한문에 나오는 <강고(康誥)>는 《서경(書經)》 <주서(周書)>의 편명으로 주나라의 성왕이 은나라를 징벌하고, 은나라의 남은 백성을 위해 무왕의 동생인 강숙(康淑)을 봉하였을 때 지은 글이다. <태갑(太甲)>은 《서경(書經)》 <상서(商書)>의 편명으로, 충신 이윤이 앞으로 왕이 될 태갑에게 보낸 글의 서두이다. <제전(帝典)>은 《서경(書經)》 <우서(虞書)>의 편명으로, 요임금의 공적을 실어놓은 글이라 요전(堯典)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유명한 정치가의 유명한 말이다. 오늘날이라면 주석을 좀 더 자세히 달고 그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하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 문헌쯤은 머리에 암송하고 있는 것이라 간략히 말해도 다 알았던 것일까? 앞뒤말 빼고 필요한 말만 직격했다.


2.

탕왕의 세숫대야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상상해본다.

'신민'에는 은나라를 만든 탕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세숫대야에 새긴 문장이 재밌다. “오늘 새롭게 했거든,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라는 문장이다. 씻고, 씻고, 또 씻자!라고 생활용어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왕의 세수라 의미를 증폭시켰다. 한 사람의 세수가 만인의 세수가 되었다. 자신뿐 아니라 백성을 날로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탕왕의 모습을 상상하며 슬며시 웃는다.


3.

'지어지선'에 대한 주석은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이다. 훌륭한 임금님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지고를 반복한다. 별이 북극성을 향하듯, 철이 지남철을 향하듯, 성군을 향해 우러르는 백성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기 위해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모습을 예찬한다. 그렇게 선을 행한 성군은 죽어서도 잊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4.

주소지가 적혀 있는 곳을 '하우스(house)'라 하고, 마음이 머무는 곳을 '홈(home)'이라 한다. 하우스와 홈이 같은 사람도 있고, 하우스 없이도 홈이 있는 사람이 있고, 하우스는 있는데 홈이 없는 사람이 있고, 하우스도 홈도 없는 사람이 있다. 물리적으로 머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감옥은 홈이 될 수 없다. 나쁜놈이 있는 곳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나누고 좋은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머묾[止]이다. 나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그곳은 좋은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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