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서 <대학> 읽기 4 : 본말(本末)

by 김경윤

4. 본말(本末), 근본과 끝


공자가 말했습니다. “소송을 처리하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나는 소송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의 뜻은 명분 없이 소송을 걸어 변명을 늘어놓았다가 백성의 뜻을 잃게 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백성의 뜻이 앎의 근본입니다.

子曰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無情者 不得盡其辭. 大畏民志. 此謂知本.

자왈 청송 오유인야. 필야사무송호. 무정자 부득진기사. 대외민지. 차위지본.


1.

검찰개혁이 화두이다. 독재정부의 검찰은 검찰이 아니라 견찰이었다. 권력자의 범죄는 모르쇠하고, 적이라 생각하는 자의 범죄는 없는 것도 만들어 기소하고 재판하고 감옥에 넣는 재료로 삼았다. 기소와 수사를 함께 겸임하니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썩기 마련이다. 예외는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은 권력을 나누고, 특정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한다. 아니 국민 스스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 배심원 제도도 그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검찰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법이 집행될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아이러니가 일상이 되었다. 비싼 변호사를 사고 재판을 거래하고 가진자들은 솜방이 처벌을 받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사법개혁도 마찬가지로 근원적 개혁의 대상이다.


2.

공자시대에는 법치가 유행했고, 공자는 법치보다는 인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법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어짊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건강법이다. 정당한 소송과 재판이 이루어지기 전에 소송 자체가 필요없는 사회를 바랐다. 소송이 생기면 잘 처리해야겠지만. 모든 문제를 소송으로 해결하는 사회를 건강하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대로 하자!"로 서로 소리지르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3.

싸움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해져 대규모 소송전으로 휘말려드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소송에서 이기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모두 지치고 피해를 당하게 된다. 지는 사람은 더더욱 살기 팍팍해진다. 명분 없는 소송을 좋아하면 안 된다. 국민은 다 알고 있다. 특히 정치가가 할 일은 자신의 명분을 쌓는 일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다. 정치가가 하는 공부의 근본은 백성의 뜻이다. 공자는 그렇게 말하고 싶어했으리라.

국민의 뜻을 배신한 권력자는 결국 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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