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서 <대학> 읽기 7 : 마음을 바르게

by 김경윤

7. 정심(正心), 마음을 바르게


“자신의 몸을 잘 닦으려는 사람은 먼저 마음을 바르게 했습니다.”라는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분노에 사로잡히면 마음을 바르게 못합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마음을 바르게 못합니다. 좋아함에 사로잡히면 마음을 바르게 못합니다. 걱정에 사로잡히면 바르게 못합니다.


所謂 脩身 在正其心者. 身有所忿懥 則不得其正.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소위 수신 재정기심자. 신유소분치 즉부득기정. 유소공구 즉부득기정.

有所好樂 則不得其正. 有所憂患 則不得其正.

유소호락 즉부득기정. 유소우환 즉부득기정.


마음이 거기 없으면 보아도 눈에 보이지 않고 들어도 귀가 듣지 못하고 먹어도 입이 그 맛을 모르게 됩니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이것이 “자신의 몸을 잘 닦으려는 사람은 먼저 마음을 바르게 했습니다”라는 뜻입니다.


此謂 脩身 在正其心.

차위 수신 재정기심.


1.

팔조목에 4번째 항목이 정심(正心)이다. '마음 바르게 하기'로 새긴다. 어찌하면 마음이 바르게 되는가? 분노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고, 지나치게 좋아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면 된다. 한마디로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람에 물결이 흔들리다가 고요해지면 도달하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경지이다. 자고로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공부도, 일도,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법이다.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집중도 안 된다. 마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맛을 모르게 된다."


2.

불교의 고전인 <무문관> 제29칙 비풍비번(非風非幡) 편은 육조 혜능의 에피소드를 싣고 있다.


어느 날 두 승려가 사찰 마당의 번(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논쟁하였다.

한 승려가 말했다. “깃발이 움직인다.”

다른 승려가 말했다. “아니다, 바람이 움직인다.”

그때 육조 혜능이 말하였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움직이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다. [非風動,非幡動,仁者心動]”


이 에피소드에서 깃발의 흔들림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이는 과학적 주제이긴 하다.) 사실 두 승려는 집중해야 할 설법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이리저리 기웃대다가 깃발에 눈이 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재미로 바람에 흔들린다. 깃발이 움직인다. 헛소리를 한 것이다. 집중해야 할 마음을 놔버리고 쓸데없는 데 관심을 쏟는 이 두 승려에게 혜능이 말한다. "정신 차려 이 친구들아. 흔들리는 마음을 보라고!" (혜능은 과학적 진술을 한 것이 아니다.)


3.

종교건 학문이건 삶이건,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때가 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심지를 굳건하게 하는 것이다. 의심을 괄호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땅이 앞에 있다는 것을 믿고 한 걸음을 내딛듯이, 민주주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믿고 광장으로 나가듯이,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믿고 온몸을 던지듯이.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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