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5)
우리는 왜 '생각'할 수 없게 되었을까? 외부로부터 강한 신념, 이념, 가치관, 지적 체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경계에 있다'는 것은 신념과 이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하며, 통찰을 하는 사람은 바로 이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결국 신념을 벗어난 '나'로 돌아가야 통찰력, 인문적 사고력이 생긴다. 오래된 현대 철학자 노자를 통해 인문적 힘을 배양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생각의 틀을 깨는 정신적 자유를 회복하고, 진정한 덕성, 진정한 행복을 가까운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7쪽, 서문)
1.
책은 책을 부른다. 최진석의 <삶의 실력, 장자>는 그의 이전 책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을 호출한다. 나는 이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 그리고 가파도로 내려오면서 나의 거의 모든 책을 처분했을 때, 같이 처분했다. 그런데 다시 호출되었으니, 이번에는 송악도서관에 가서 대출하였다. 하루 만에 읽었다.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하지만 기억만 돋아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도 넘쳐흘렀다. 책은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진리가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이전에 보지 못한 내용들이 튀어 올랐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독서, 참 신비로운 세상이다.
2.
사계절에 청소년 소설 <노자, 가파도로 가다>(가제)의 초고를 넘겼다. 넘기면서 부록으로 내가 완역한 청소년용 노자번역도 함께 딸려 보냈다. 편집자는 일단 초고의 원고에 오케이를 하면서, 부록으로 보낸 원고를 단행본으로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사계절에 주니어클래식 시리즈가 있다면서. (내가 어찌 사계절 주니어클래식을 모르랴. 사계절에 나온 내 책도 바로 주니어클래식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인연을 얻어 쓰게 된 것이다.) 내가 주니어클래식의 한 권을 쓴다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노자>가 아니던가?
3.
편집자는 참고하라면, 주니어클래식 중 4권을 가파도로 보내왔다. 논어, 중용, 호모 루덴스, 자본! 쟁쟁한 책들이다. 물론 이미 내가 읽었던 책들이다. 그중에 <중용>을 꺼내 훑어본다. 대학교수가 쓴 전문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는 못 쓴다. 나는 나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의욕이 솟는다. 하지만 의욕만으로는 못 쓴다. 그동안 읽었던 <노자>를 다시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이다.
최진석은 이 책에서 노자를 '오래된 현대 철학자'라고 칭한다. 동의한다. 모든 철학자는 현대철학자로 거듭나야 하니까. 어디 노자뿐이랴. 하지만 노자는 공자나 맹자보다 훨씬 현대적이다. 공자나 맹자가 '근대적'이라면 노자와 장자는 '현대적'이다. '집단과 제도와 가치 중심'을 근대적이라고 하고, '개인과 변화와 현실 중심'을 현대적이라고 볼 때 그렇다.
또한 최진석은 이 책에서 동양사상의 형성사 - 상제에서 천으로, 천에서 도로 변하는 -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이 참 좋다.) 왜 노자의 <도덕경>이 '도덕'경인지, '도'와 '덕'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도덕경>의 핵심 개념에 대해 현대적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도 흥미진진하다. (뭐야, 다 좋다는 이야기?)
4.
빌려보았지만 다시 사야겠다. 공책에 정리할 게 너무 많다. 책의 말미는 이렇게 끝난다.
당신은 보편적 이념의 수행자입니까, 자기 꿈의 실현자입니까?
당신은 바람직함을 수행하며 삽니까? 바라는 걸 실행하며 삽니까?
당신은 원 오브 뎀 one of them입니까, 유일한 자기입니까?
우리는 스스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이런 사실을 자각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다음을 기억하십시오.
나는 윤리적 행위의 고유한 입법자다.
내 윤리적 삶은 나로부터 나온다.
내 삶의 원동력은 내가 작동시킨다.
나는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살다 가겠다.
사회가 이런 결심을 가진 사람들의 총합일 때 그 사회가 역동적이고 건강해진다는 게 노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들려주는 지혜입니다. (306~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