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벨리를 읽는 시간

2025. 7. 12.

by 김경윤

1.

로벨리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였다. 오래전 고양시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놀라운 책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에는 그것이 다였다. 그 후 가파도로 내려와서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푹 빠졌고,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읽고 독후감을 브런치에 기록하였다. 이후 나는 로벨리빠가 되었고, 송악도서관에 들러 도서관에 있는 로벨리 책을 모두 대출하여 오늘에야 독파하였다. <첫 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와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을 읽었고, 오늘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를 완독했다. 그리고 그의 최고의 명저이자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주문했다. 아마도 국내에 소개된 로벨리의 책은 거의 다 읽은 셈이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jpg
첫번째 과학자.jpg
만약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jpg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jpg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jpg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jpg

2.

다 읽었다고 해서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로벨리가 소개하는 대부분의 과학지식은 따라잡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래도 읽으면서 지루했던 적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과학지식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대부분 낙후된 것이고, 20세기의 과학자들의 논의는 거의 무지한 것임을 매번 느꼈다, 하지만 로벨리의 책은 나의 무지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과학적 탐구는 무지에서 시작해서, 아직도 무지함을 깨닫는 과정에서 빛나는 지점들을 알아가는 것임을 가르쳐 주었다. 상대성 원리와 양자역학이 만나 빚어내는 로벨리의 과학적 탐구는 빛나는 것이었고, 그 빛나는 것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로서 충분히 행복했다.


3.

"저로서는, 우리의 무지를 직시하고 받아들여 그 너머를 보려고 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쪽이 더 좋습니다. 무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미신과 편견에 빠지지 않는 길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무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진실하고 가장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가장 정직한 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더 멀리 보려고 더 멀리 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놀라운 것들 가운데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는 것처럼,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배우고 발견하고 싶은 호기심, 언덕 너머를 보고 싶은 바람, 사과를 맛보고 싶은 바람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단테의 율리시스가 동료들에게 말하는 구절처럼, 우리는 '짐승처럼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탁월성과 앎을 추구하기 위해 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258~9쪽)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의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했다. 이 책은 아낙시만드로스로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물리학의 성과와 탐구영역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시간과 공간, 입자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나뉘고 종합되면서 다시 새로운 문제를 맞이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가능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로벨리의 이야기를 10% 정도는 알아들은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4.

로벨리를 읽는 시간은 참으로 즐겁다. 로벨리는 나를 흥분시키고 고양시킨다. 로벨리는 나의 무지를 일깨운다. 로벨리는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끈다. 게다가 로벨리가 이끄는 세계는 내가 일상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너무도 큰 우주적인 세계이고 너무도 작은 양자적 세계이다. 그리고 그 거시와 미시가 결국은 하나로 수렴될 수 있음을 탐구하는 세계이다. 로벨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가보지 못했을 세계로 지적 여행을 떠난다. 로벨리는 나의 대학이자 휴양지다. 이제 나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기다린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행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