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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편지 23 :여름휴가

2025. 8. 26.

by 김경윤

1.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는 처지지만, 이번에는 교회수련회에 참석하려고 주말을 끼고 고양으로 올라왔습니다. 2박 3일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수련회를 했는데, 어린이들은 해수욕을 즐기느라 엄청 흥분했지만, 나로서는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곳인 가파도에서 왔기에, 바다를 봐도 시큰둥(?) 하더이다. 어쨌든 바다보다 독서를 선택했습니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 우치다 다쓰루의 신작 《목표는 천하무적》을 읽었습니다. 흥미진진, 피로조차 가시는 상쾌한 책입니다. 우치다의 책을 매번 읽을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이 정도의 삶과 내공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부러운 마음이 솟아납니다. 꼭, 읽어보시고 천하무적이 되는 방법을 배우시길.

2.

수련회를 마치고 월요일에는 내 신간 《노자, 가파도에 가다》를 출간한 사계절 실무자를 만나 굿즈도 받고 광고와 판매에 대한 의견도 나눴습니다. 예전 같으면 신간이 나오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북 토크니 강의 등을 기획하고 시행했지만, 지금은 가파도에 묶여 있는 처지라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제주에서나 줌으로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댓글로 연락 주세요.

3.

월요일 저녁 7시부터 한양문고 한강홀에서 한 달에 한 번하는 고전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증자가 지었다는 《대학》을 중심으로 어른의 공부법, 공부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시간 연속으로 서서 강의하니 허리가 아픕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증상인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체력을 키워야겠습니다. 뒤풀이로 간단히 치킨과 골뱅이로 맥주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여름휴가(?)가 끝나갑니다.

4.

지금 이 글은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엄지 하나로 쓰고 있습니다. 오늘 내려가면 내일부터 다시 가파도 매표원으로 근무합니다. 휴식 모드를 노동 모드로 슬슬 전환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집니다. 휴가 기간 동안 나와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단 한순간도 홀로 살 수 없음을 절감하고 삽니다. 덕분에 무사히, 즐겁게 지냈습니다. 안녕, 또 만나요.

<추신>

6시에 제주에 도착해서 해안도로 따라 모슬포로 가는 중입니다. 애월의 낙조가 예뻐 사진 한 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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