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4.
1.
가파도 매표원 1년 차일 때에는 일주일에 하루를 쉬었습니다. 그냥 그래야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2년 차 계약을 맺을 때 알게 되었어요. 나는 시급 알바라 열흘 안팎으로 싶은 만큼 쉬면 - 대체 알바가 가능할 경우 - 된다고. 마침 나 이전에 매표원을 하고 있었던 태람이 아빠도 가파도에 있었던 터라, 요즘은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쉬고 있어요. 정기적으로는 월요일과 목요일이 내가 쉬는 날입니다. 주 5일 근무인 셈이지요. 시급 알바라 월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풍랑주의보라도 불어서 강제휴일을 맞이하면 더 수입이 줄지만, 이제는 이것도 팔자려니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 수는 없으니까요.
2.
일주에 이틀을 쉬니 근무도 편안하고, 휴일도 여유롭습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도 여유롭게 할 수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충분히 읽을 수 있어요. 요즘은 AI랑 친해져서 아예 AI랑 대화하면서 같이 구상한 창작물을 감상하고 있어요. 사서 읽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서 읽고 있는 셈이지요. 세상이 바뀌니 이런 일도 있네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만 있던 구상들을 하나하나 샘플로 구현하며 신기하고 재밌어합니다. 제가 구상하고 AI가 보여주는 샘플작들은 수준으로 치면 고딩수준이라 조금 유치한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을 생산하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3.
오늘도 쉬는 날이라, 모슬포에 나와 이런저런 일을 보고 있는데, 카톡에 메시지가 떴어요. 사계절에서 온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노자, 가파도에 가다>가 주요 인터넷 서점들에 등록되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제작을 마치고 입고될 예정이어서, 현재는 예약 판매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9848682
예스24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1252941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294680"
참 부지런한 편집자입니다. 저절로 신뢰가 가요. 그래서 답신을 보냈어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잘 되도록 노력하자구요.^^" 그러자 좀 있다가 다시 메시지가 뜹니다.
"네, 선생님! 참, 저번에 말씀드렸던 굿즈는 먼저 완성이 되어 도착했습니다. '노자 고양이 키링'이고요, 책 삽화 그려주신 윤여준 작가님이 굿즈 그림도 수고해주셨습니다. 서점에서 책과 함께 나갈 사은품인데요, 이것도 조만간 책과 같이 전해드리겠습니다.ㅎㅎ"
세상에 굿즈로 '노자 고양이 키링'을 제작했다네요. 저는 고양이 책갈피를 제작하면 어떨까 제안했는데, 그걸 한 단계 높였네요. 독자들이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네요.
4.
가파도는 지난주에 장마(?)가 지났는데, 서울과 경기권에는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거기는 괜찮은가요?
여기는 폭염입니다. 2시간 끊고 가파도로 들어온 관광객들이 시간을 줄여 한 시간 만에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가파도에 사는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태양이 작열해도 이곳에서 버티고 살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습관이 안 돼서 가끔 모슬포로 나가 외박을 합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쐬고, 마음껏 샤워도 하고, 뽀송한 침대에 누워 떼굴거리며 피서(?)합니다. 절기로는 입추가 지났지만, 가파도는 아직 한 여름입니다. 잘 피하고 버텨보겠습니다.
5.
내일이 광복절이네요. 빛이 회복되는 날,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구경하며 삽니다. 언론은 이재명 정부를 뜯어먹으려고 안달이지만, 나는 멀찍이서 이 정부가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국민주권정부로서 내란을 처단하고, 불의를 몰아내고, 정상을 회복하고, 위상을 드높이고,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그런 민주정부로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그대도 잘 지내요. 곧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볼 날이 오겠지요.
<추신>
우리 집을 새로 방문하는 고양이 두 마리가 눈에 띄어, 한 마리를 대문에 걸고, 다른 한 마리는 아래에 첨부합니다. 우리 집 마당이 자기 집인양 느긋하게 나를 관철하는 모습이 의젓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