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1.
1.
우연이라면 우연일 터이고, 인연이라면 인연일 터. 나는 오늘 쉬는 날을 맞이해, 가파도에서 나와 동네서점 어나더페이지에 들러 <조국의 공부>를 구입했습니다. 지역서점이라 주문한 지 일주일 만에야 내 손으로 들어온 책을 소중하게 받아 들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커피가게에서 아이스커피를 리터로 주문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책을 읽습니다.
저도 조국처럼 독방에 가두어진 경험이 있는지라, 그리고 그 독방에서 무수히 많은 상념을 지우려고 독서와 필사와 편지 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려본 적이 있던 터라, 조국이 수감생활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처럼 사색 편지라기보다는 정여울 작가와 편지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대담집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밑줄치고 싶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만, 독후감이야 다음번으로 미루기로 하고 주욱 읽어나갔습니다.
2.
책을 읽던 중 조국의 사면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사면되었기에 대사면에 해당하지만 언론에서는 조국의 사면에 주로 포커스를 맞춰, 기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축하드립니다. 조국의 사면은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각종 언론의 논평을 멀리하고, 책 읽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글을 남깁니다.
3.
조국의 사면에 대하여 정치적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야 그들의 셈법으로 세상을 읽으면 되고, 나 같은 서생이야 한때나마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었고, 그의 책을 즐겨 읽었고, 그의 품성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터라, 조국 사면의 날에 축하하는 마음을 남깁니다. 그리고 정여울 작가가 책의 말미에 정리하는 말로 남긴 글을 옮겨 적음으로 이 날을 기억합니다.
‘조국 사태가 아닌 조국 사냥’으로 이제 그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걱정하는 분이 많지만, 알고 보면 그는 어마어마한 영혼 부자입니다. 그에게는 항상 ‘조국의 공부’가 있었습니다. 조국의 사람도 있고, 조국의 희망도 있고, 조국의 사랑도 있습니다. 저들은 오직 조국의 사회적 지위만 빼앗을 수 있었을 뿐 조국의 지성도, 조국의 신념도, 조국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의 응원도 결코 빼앗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동료 시민의 행복을 위해 항상 ‘공부하는 조국’이 있는 한, 우리에겐 기댈 언덕이 있고 믿을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든든한 수문장처럼, 얼어붙은 빙하의 맨 앞에서 장애물을 깨는 쇄빙선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와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고 있기에 우리는 마음껏 살며 싸우며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가 진정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모든 고통을 끝까지 참아내는 그가 슬프면 슬프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공부는 곧 우리의 승리이며, ‘사람 사는 세상’의 회복이며, 꿈을 잃지 않고 투쟁하는 자들이 비로소 행복해지는 세상의 눈부신 시작이 될 것입니다. (281~282쪽)
― 〈닫는 글: 투쟁하는 자들이 비로소 행복해지는 세상〉 중에서
4.
그리고 조국의 바람대로, " 뜨거운 물 목욕"하시고, "가족과 식사를 하고 벗과 동지와 술 한잔" 하시고, "고향 부산에 가서 어머니에게 인사드리고, 선산에 가서 선친 등 조상님에게 절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