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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론

우치다 다쓰루 지음

by 김경윤


왜 성숙이 필요할까요? 미숙한 사람은 집단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미숙한 탓에 위기 상황에서 잘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자기 책임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미숙한 단 한 명의 구성원 탓에 집단 전체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사회에도 여러 가지 사고가 있습니다. 현장 전문가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이러면 좀 곤란한데.’ 하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다든가, 데이터의 수치를 조작한다든가, 위험을 과소평가한다든가… 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고 이러다 머지않아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 시기가 바로 내일일 수도 있고 10년 후일 수도 있습니다. 내일이면 곤란하겠지만, 10년 후라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습니다. 이른바 “홍수여, 내가 죽은 뒤에 오라.” 하는 격입니다. - <용기론> 173쪽




1.

한 젊은 세대가 지금 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우치다 다쓰루에게 물었다. 우치다는 "용기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이 질문에 혹해서 출판자 편집자가 우치다에게 연락하여 <용기론>에 대해서 써보자고 연락한다. 우치다는 혼자 쓰는 글이 아니고, 편지글처럼 오고가는 질문과 대답이라면 해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1년여에 걸쳐 18통의 편지가 오고갔고, 그 편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든 것이 <용기론>이다.


2.

한 주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우치다는 대답하기 어려운(곤란한) 질문을 던져달라고 자청한다. 우치다는 용기는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이라는 소박한 정의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세상이 틀렸다고 말해도, 주변에서 그만 두라고 충고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실행하려면 고립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우치다의 논의는 이렇게 쉬운 답을 얻으려고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우치다는 서구적 사고와 동아시아적 사고를 대비하면서, 자신은 동아시아적 사고에 익숙해있고, 그에 따라 사고를 전개하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공자와 맹자로부터 시작하여 용기를 탐색하고, 프로이트, 이타미 만사쿠, 파르메니데스, 도미나가 나카모토, 알베르 카뮈 등 동서고금의 사상가와 문학가, 철학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진짜 용기’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버지의 "철학이 없는 사람은 믿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소개한다.


3.

우치다의 글쓰기(사유법)는 정해져 있는 결론을 향해 논리적으로 달려가는 선형적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뭔가 재밌고 중요한 논제라고 생각한다면, 우선은 그물망을 주변에 던져 잡히는 것들을 거둬올려 세심히 관찰하고 그 의미를 묻는다. 그리고 잠정적 입장을 선택한 후, 또 다시 그물을 던져 생각을 낚는다. 없는 것을 쥐어짜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집한 것으로 필요할 만큼 조립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브뤼콜라주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산만하고,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것들이, 다 읽고 나면 마치 모자이크 작품을 감상하듯이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어랍쇼, 이런 뜻이었어?"라는 놀라움을 주며, 뒤통수를 탁 치고 달려가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게 한다. 무엇을 배워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가르쳐주는지 모르는 스승을 만나, 무언가를 깨닫는 과정이 바로 배움이라면, 우치다는 정말로 딱 그에 맞는 스승이다. 잘 모름을 밑천 삼아 앎의 밑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계속 그리고 그리다 보면 얼핏 앎에 도달할지로 모른다.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하고, 말하고, 정리하면서 우리는 '똑똑함'을 경험하게 된다.


신(信), 공(空), 인(仁), 도(道)가 무엇인지 인간은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철저하게 사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뇌 기능이 폭발적으로 향상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실감했습니다. 철학하는 습관을 지닌 집단이 철학하는 습관을 갖지 못한 집단보다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음을 오랜 시간에 걸쳐 보고 익힌 거죠. (123쪽)


우치다를 읽는다는 것은 감히 똑똑해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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