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마르크스와 함께 걷는 길

by 김경윤

1. 마르크스 사상의 3대 기둥 정리

자, 이제 우리는 200년 전 청년 마르크스가 던진 질문들과 함께 긴 여행을 마쳤어요. 대학생 때 쓴 박사논문부터 평생의 역작 『자본론』까지, 마르크스의 지적 여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요?


철학: 실천하는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

마르크스의 철학적 출발점은 명확했어요.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왔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한 문장에 마르크스 철학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받아들였지만, 그것을 "거꾸로 세웠어요." 헤겔이 관념이 현실을 만든다고 봤다면, 마르크스는 현실이 관념을 만든다고 주장했죠.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유명한 명제가 바로 이것을 의미해요.

하지만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기계적이지 않았어요. 인간을 단순히 환경의 산물로 보지 않고, 환경을 바꾸는 능동적 존재로 봤거든요. 바로 '실천'을 통해서 말이에요. 인간은 실천을 통해 자연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자기 자신도 바꿔나가는 존재라는 거였어요.

이런 철학적 관점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의 기초가 되었어요. 경제학 연구도, 정치 활동도, 모두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실천의 일부였던 거죠.


정치: 계급투쟁론, 혁명론, 국제주의

마르크스의 정치 이론의 핵심은 계급투쟁이에요.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는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선언이 이를 요약해줘요.

마르크스는 사회를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과 소유하지 못한 계급으로 나누어 봤어요. 고대에는 노예주와 노예, 중세에는 영주와 농노, 현대에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대립한다는 거였죠.

하지만 마르크스는 단순히 갈등만 강조한 것이 아니에요. 이런 계급투쟁을 통해 역사가 발전한다고 봤거든요. 낡은 생산관계가 새로운 생산력의 발전을 가로막게 되면, 새로운 계급이 등장해서 사회를 변혁시킨다는 거였어요.

마르크스의 혁명론도 여기서 나와요.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면 프롤레타리아가 단결해서 부르주아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것이라고 예언했죠. 1848년 혁명, 파리 코뮌 등을 통해 이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마르크스는 철저한 국제주의자였어요. 자본주의가 세계적 체제이므로, 그에 맞서는 투쟁도 국제적이어야 한다고 봤거든요. 국제노동자협회를 만든 것도 이런 신념 때문이었어요.


경제: 잉여가치론, 역사발전론, 자본주의 분석

마르크스 경제학의 핵심은 잉여가치론이에요. 자본가의 이윤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혀낸 거죠. 노동자가 창조한 가치 중에서 임금을 초과하는 부분, 그것이 바로 잉여가치이고 자본가 이윤의 원천이라는 거였어요.

이는 단순한 경제 이론이 아니라 자본주의 착취의 메커니즘을 폭로한 것이었어요. 겉보기에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계약을 맺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죠.

마르크스는 또한 자본주의를 역사적 관점에서 봤어요. 자본주의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고, 따라서 역사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봉건제가 자본주의로 바뀐 것처럼,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로 바뀔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의 운동 법칙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어요. 상품 물신숭배, 이윤율의 경향적 하락, 자본의 순환과 재생산 등을 통해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모순을 갖고 있는지 밝혀냈어요.

2. 마르크스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비판적 사고: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힘

마르크스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은 비판적 사고예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하고, 그 뒤에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말이에요.

예를 들어 "자유로운 시장경제"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많은 사람들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런 겉모습 뒤에 숨어있는 구조적 불평등을 보라고 했어요.

자본가와 노동자가 "자유롭게" 계약을 맺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고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밖에 팔 것이 없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자유가 가능할까요?

마르크스는 이런 식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상품 물신숭배 이론이 대표적인 예죠. 상품들이 마치 저절로 가치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 사회적 노동 관계가 숨어있다는 거였어요.

이런 비판적 사고는 지금도 매우 중요해요. 우리 주변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경쟁이 선이고, 성장이 무조건 좋고, 개인의 성공은 개인의 노력 때문이라는 식의 생각들 말이에요.

하지만 마르크스의 눈으로 보면 다른 것들이 보여요. 왜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좋은 조건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사람이 있고, 별로 일하지 않아도 부자인 사람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되는 거죠.


역사적 관점: 모든 것은 변한다

마르크스는 모든 것을 역사적 관점에서 봤어요. 지금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언젠가는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바뀔 수 있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사유재산제를 생각해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고 영원한 것이라고 여겨요.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것도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봤어요. 원시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공동 소유였고, 사유재산은 계급 사회가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거였죠.

이런 역사적 관점은 우리에게 희망을 줘요. 지금의 불합리한 현실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거든요. 노예제가 사라지고 봉건제가 무너진 것처럼, 자본주의의 모순들도 언젠가는 극복될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의 의식적인 노력과 투쟁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적어도 변화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마르크스가 보여줬어요.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 - 불평등, 환경 파괴, 청년 실업 등 - 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문제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체념할 필요는 없어요. 역사는 계속 변하고 있고, 우리도 그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거든요.


연대의식: 혼자가 아닌 함께의 힘

마르크스는 개인주의 시대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바로 이를 상징해요.

마르크스가 보기에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요. 노동자들끼리도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고, 자본가들끼리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죠. 이런 경쟁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개별화되고 고립되어가요.

하지만 마르크스는 진정한 힘은 연대에서 나온다고 봤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함께하면 가능하다는 거였죠. 10시간 노동법 쟁취, 파리 코뮌, 국제노동자협회 등이 모두 연대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에요.

이런 연대의식은 지금도 중요해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거든요. 기후변화, 경제 불평등, 팬데믹 같은 문제들은 모두 집단적 대응이 필요한 것들이에요.

마르크스는 또한 연대가 국경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자본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시대에, 노동자들의 연대도 국제적이어야 한다는 거였죠. 지금의 세계화 시대에는 이런 국제적 연대가 더욱 중요해졌어요.

3. 마르크스를 넘어서


한계와 비판점들: 예측의 빗나감, 시대적 한계

하지만 우리는 마르크스를 맹목적으로 추종할 필요는 없어요. 그의 이론에도 분명한 한계와 문제점들이 있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마르크스의 여러 예측들이 빗나갔다는 점이에요.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노동자들이 더욱 궁핍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어요.

또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사회주의 혁명은 러시아, 중국 같은 후진국에서 일어났어요. 그리고 그 결과도 마르크스가 꿈꾼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소련이나 중국의 사회주의는 마르크스가 그린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에도 문제가 있어요. 이윤율의 경향적 하락 법칙은 여전히 논란이 많고, 노동가치론도 현대 경제학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마르크스가 예상한 자본주의의 붕괴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자본주의는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또한 마르크스에게는 분명한 시대적 한계도 있어요. 19세기 남성 지식인으로서 여성 문제, 환경 문제, 민족 문제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어요. 특히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는 당시의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죠.

마르크스는 또한 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비서구 사회를 "아시아적 생산양식"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했지만, 이는 서구의 발전 경로를 보편화한 것이었어요.


현재적 의미: 여전히 유효한 통찰들

하지만 이런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통찰들은 여전히 유효해요. 특히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분석은 지금도 설득력이 있어요.

불평등 문제를 보세요. 마르크스가 지적한 자본 축적과 불평등 심화의 메커니즘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어요.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는 마르크스의 분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줘요.

경제 위기도 마찬가지예요.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등은 모두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에요. 자본주의는 여전히 주기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노동 문제도 그래요. 형태는 바뀌었지만 노동자들의 소외는 여전해요. 플랫폼 노동, 긱 이코노미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서도 마르크스가 분석한 소외 현상을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번아웃에 시달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상품 물신숭배도 더욱 심화되었어요. 브랜드 숭배, 소비주의 문화는 마르크스가 분석한 물신숭배의 현대적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상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려고 하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기술 발전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도 주목할 만해요. AI와 자동화가 발달하면서 마르크스가 『그룬트리세』에서 예견한 "일반 지성"의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어요.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실업과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죠.


미래를 위한 질문들: 우리가 이어받을 과제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계승하는 것이에요.

첫째, 비판적 사고를 계속 발전시켜야 해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하고, 그 뒤에 숨어있는 권력 관계와 이해관계를 찾아내는 능력 말이에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계속 질문해야 해요.

둘째, 역사적 관점을 유지해야 해요. 지금의 현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기후변화,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새로운 도전들에 대해서도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죠.

셋째, 연대의 정신을 계승해야 해요.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연대의 가치를 되살려야 해요.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연대가 더욱 중요해졌어요.

넷째,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과 착취에 주목해야 해요. 플랫폼 자본주의, 데이터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 등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해요.

다섯째,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해요. 마르크스 시대에는 환경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었어요. 생태적 관점을 포함한 새로운 사회 이론이 필요해요.

여섯째, 기술 발전의 양면성을 고려해야 해요. 기술이 인간을 해방시킬 수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지배와 통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어요. 기술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마르크스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들을 계속 던져야 해요.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마르크스가 미리 준비해놓지 않았어요.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할 과제들이에요. 마르크스는 길을 보여줬을 뿐, 그 길을 걷는 것은 우리의 몫이거든요.

200년 전 트리어에서 태어난 한 청년이 던진 질문들이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좌절의 이유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예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니까요.

마르크스와 함께 걸어온 이 긴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어요. 이제 그 눈으로 우리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예요. 마르크스의 유령은 여전히 세상을 떠돌고 있고, 우리는 그 유령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어요.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해왔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이 말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도전이에요. 이제 우리가 그 도전에 응답할 차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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