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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고수는 상황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군자는 때에 맞게 행하고,

소인은 거리낌 없이 행한다.

(The superior man always maintains the Mean according to the time;

the mean man acts contrary to the Mean because he has no caution.)


혹시 옷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여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입고 갈 옷, 중요한 면접을 위한 옷, 편안한 주말 나들이를 위한 옷.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만능 옷’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결혼식에 등산복을 입고 가거나, 면접에 잠옷을 입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상황과 장소, 그리고 목적에 맞게 옷을 고르는 것, 이것이 바로 패션의 기본이자 사회생활의 센스입니다.

『중용』은 바로 이 ‘옷 입기의 지혜’를 우리 삶 전체로 확장시킵니다. 인생의 고수, 즉 ‘군자(君子)’는 마치 능숙한 패셔니스타처럼 ‘때에 맞게(時中)’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초보자, 즉 ‘소인(小人)’은 자신의 기분과 욕심이라는 단벌 신사복만 고집하며 ‘거리낌 없이(無忌憚)’ 행동하다 실수를 연발합니다.

예를 들어 ‘솔직함’이라는 옷이 있다고 해봅시다. 솔직함은 분명 좋은 덕목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고수는 이 ‘솔직함’이라는 옷을 언제, 어떻게 입어야 할지 압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조금 살이 찐 것 같을 때, 고수는 “너 살쪘구나”라는 팩트 폭력의 옷 대신, “요즘 잘 지내는구나, 얼굴 좋아 보인다”라는 따뜻한 배려의 옷을 꺼내 입습니다. 반면, 소인은 ‘나는 솔직한 사람이니까’라며 아무 때나 날카로운 진실의 옷을 휘둘러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곤 합니다.

직장에서 동료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를 비난하는 대신, 조용히 따로 불러내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부드럽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옷이 될 수 있고, 때로는 단호함이 가장 잘 맞는 옷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이 ‘때를 아는 지혜’는 결코 이랬다저랬다 하는 박쥐 같은 기회주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정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상황과 사람을 깊이 헤아려 가장 조화롭고 선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유연한 지혜입니다. 마치 훌륭한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의 종류와 양을 다르게 처방하듯, 인생의 고수는 모든 순간 최선의 ‘맞춤 처방’을 내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마음 옷장에는 ‘용기’, ‘친절’, ‘정의’, ‘인내’ 등 수많은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옷을 꺼내 입었나요? 혹시 ‘내 기분’이라는 단벌 신사복만 고집하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나요?

내일은 조금 더 신중하게, 상황에 맞는 옷을 골라 입어보는 하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그 작은 센스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당신의 관계를 훨씬 더 멋지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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