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중용 읽기
하늘이 명한 것을 본성이라 하고,
본성을 따르는 것을 길이라 하며,
그 길을 닦는 것을 가르침이라 한다.
(What Heaven has conferred is called The Nature;
an accordance with this nature is called The Path;
the cultivation of this path is called Instruction.)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지도를 받습니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길’이라는 이름의 지도를 건네주고, 학교 선생님은 ‘좋은 성적’으로 가는 지도를 보여줍니다. 사회는 ‘성공’이라는 목적지가 선명하게 찍힌 지도를, 친구들은 ‘인기 많은 사람’으로 가는 지도를 흔들어 보입니다. 그 수많은 지도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습니다.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했던 길일까? 남들이 좋다는 길을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중용』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첫 대답으로,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상의 모든 지도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해 준비된 단 하나의 특별한 지도가 이미 내 안에 있다고요. 그리고 그 지도를 그려준 이는 다름 아닌 ‘하늘’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저 멀리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한 근원적인 힘, 나라는 꽃을 피우게 한 대자연의 섭리 같은 것입니다. 그 하늘이 나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심어준 고유한 씨앗, 그것이 바로 ‘본성(性)’입니다. 어떤 씨앗은 사과나무로 자랄 운명을, 어떤 씨앗은 민들레로 피어날 운명을 타고나는 것처럼, 우리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향기,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는 뜻입니다. 남들이 아무리 장미가 아름답다고 말해도, 민들레 씨앗은 민들레로 피어날 때 가장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걸어야 할 인생의 ‘길(道)’은 명확해집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심어진 고유한 본성의 씨앗을 따르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다운지, 어떤 순간에 가장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지, 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로 ‘나의 길’을 찾는 첫걸음입니다.
물론, 그 길이 처음부터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의 본성은 ‘게으름’이라는 먼지에, ‘남들의 시선’이라는 안개에, ‘불안함’이라는 짙은 어둠에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가르침(敎)’이 필요합니다. 여기서의 가르침은 단순히 책상에 앉아 지식을 배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지혜로운 사람과 대화하고, 때로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며 내 안의 먼지와 안개를 닦아내는 모든 과정이 바로 ‘나의 길을 닦는’ 훌륭한 가르침입니다.
어릴 적, 그림 그리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화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며 반대했고, 그는 안정적인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적인 삶이었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그는 용기를 내어 주말마다 작은 화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덧칠하는 순간, 그는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늘이 그에게 그려준 본성의 지도를 다시 펼치는 순간이었죠.
오늘 밤, 잠들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하늘은 내 안에 어떤 씨앗을 심어주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여행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