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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왜 나는 항상 적당히가 어려울까?

- 청년의 『중용』읽기

by 김경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리 마음속에서 울리는 익숙한 속삭임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딱 한 입만 더’를 외치다 결국 과식해 버린 밤,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하다 번아웃 직전까지 나를 몰아붙였던 오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거절하지 못하고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다 혼자 상처받았던 날들. 우리의 일상은 ‘너무 지나치거나’ 혹은 ‘차마 미치지 못하는’ 순간들의 연속으로 채워지곤 합니다.

분명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요. 과식과 소식 사이의 건강한 식사, 열정과 번아웃 사이의 꾸준한 노력, 헌신과 희생 사이의 건강한 거리. 그 황금 같은 균형점이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막상 삶이라는 무대에 오르면, 그 ‘적당히’라는 외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나는 왜 항상 중간이 없을까?”


이 질문은 자책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가장 진솔한 고민일지 모릅니다. SNS를 켜면 세상은 온통 극단적인 구호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조건 참아라’ 아니면 ‘참지 말고 터뜨려라’, ‘세상에 네 편은 없다’ 아니면 ‘너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라’. 흑과 백, 선과 악, 편과 적. 이분법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나의 부족함에 쉽게 좌절합니다.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보다, ‘이것밖에 안 되나’라며 채찍질하는 데 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혹시 당신도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없으신가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평온한 마음,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나다운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지혜. 그것을 찾고 싶다는 마음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에서 출발하는 작은 여행입니다. 약 2,500년 전, 공자의 손자였던 자사(子思)라는 인물이 쓴 『중용(中庸)』이라는 아주 오래된 지도책을 길잡이 삼아, 우리 삶의 잃어버린 균형점을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중용’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리타분하거나, 혹은 ‘이도 저도 아닌 회색분자’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중용’은 그런 미지근한 타협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상황의 핵심을 꿰뚫고, 나에게 가장 정직하며, 세상과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지점’을 찾아내는 역동적인 지혜입니다. 그것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힘입니다.

이 여행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고전의 딱딱한 문법 대신, 오늘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구체적인 고민들을 나침반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33편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무릎을 치고, 때로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감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당신의 마음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나’와 함께, 우리 삶의 중심을 잡는 법을 찾아 떠나볼까요? 이 여행이 끝날 때쯤,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평온하고,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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