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없다. 좋다. 그렇다면 우리는 함께, 지금-여기에 충실하면 된다.
1.
영어로 인간은 ‘휴먼(human)’이다.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땅’이라는 뜻이다. 기독교 성서인 《창세기》는 인간은 흙으로 빚어진 존재라 말한다. 과학에 따르면 우주 상의 모든 존재는 빅뱅 이후의 결합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구도, 식물도, 동물도, 인간마저도 빅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빅뱅 이후에 생겨난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가 되고, 분자가 결합하여 세포가 되고, 세포가 결합하여 생명이 된다. 우리의 몸은 수많은 세포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생명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생명은 그 자체가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는 현상에 다름 아니다.
우주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자면,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거대한 생명의 순환에 불과하다. 현상으로 보자면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흙 자체가 생명의 연속체이다. 그래서 지구 상의 모든 존재는 흙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땅이 인간이고, 인간이 땅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의 인드라망에 한 그물코에 불과하다. 불현듯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존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순환 마디, 그것이 인간이다. 허무한가 아니면 충만한가?
2
인간은 한자로 人間이라 쓴다. 그대로 푼다면 ‘사람 사이’이다. 인간은 말 그대로 관계적 존재라는 것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연기(緣起)적 존재이다. 연기(緣起)란 무엇인가? 연(緣)은 인연(因緣)이다. 가까운 원인을 인(因)이라 하고, 먼 원인을 연(緣)이라 한다. 기(起)는 일어난다, 발생한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인간은 인과의 고리에 따라 형성된 일시적, 관계적 존재라는 것이다. 일시적이기에 공(空)이고, 존재이기에 색(色)이다. 지혜의 경전이라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불교적 논리를 따라가면 영원하고. 독립적인 존재란 없는 것이다. 이를 무아(無我, anatman)라 한다.
서양처럼 인간의 기원을 흙으로 보든, 동양의 불교처럼 인간의 본질을 공(空)으로 보든, 모두가 일시적이고, 관계적 존재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없다. 좋다. 그렇다면 우리는 함께, 지금-여기에 충실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