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저(니케주니어, 2025)
고대 그리스에 멋쟁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놀라움이야말로 철학의 시작이다.”라고 말했어. 상대에 대한 호기심, 놀라움, 궁금증이 상대를 알고 싶게 만들고, 상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지. 누군가를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뭔지 알 거야.
지혜처럼 우리 주변의 신기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면서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그 마음 자체가 바로 우리가 세상을 배우고 더 깊이 이해하는 가장 멋진 첫걸음이야.
마치 우리가 세상을 더 잘 보기 위해 특별한 마법 안경을 쓰는 것과 같은 거지. 고대 중국 철학자 공자도 “부끄러워 묻기를 좋아하면 곧 현명해진다.”라고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줬어. 잘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숨기고 “나 다 알아!” 하고 뽐내는 것보다, “왜?”라고 솔직하게 용기 내어 질문하는 것이 훨씬 더 똑똑해지고 세상을 넓게 알아가는 지름길이란 말이지.
여러분도 주변의 신기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면서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지?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혹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나? 질문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2. "왜?"라고 묻는 건 재미있어! (호기심과 질문)> 중에서
1.
가파도에 있으면서 인간관계는 많이 줄었고, 그에 비례해 생각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다. 가파도에 내려오기 전에는 계약했던 책마저 쓰지 못하고, 계약금을 반납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그런데 가파도에 내려오면서 시간적 여유가 많아짐과 동시에 정신적 여유도 생겼다. 심지어 2년이 지나면서는 뭐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그때 내가 모르는 곳에서 DM이 왔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출판하는 <니케주니어>에서 어린이 철학책을 쓰고 싶은데 내가 써줬으면 좋겠다는 의뢰였다. 나는 메일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연결되었다. 나는 중학생 정도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써본 적이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책은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내가 쓴 책을 검토해 보았는데, 충분히 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원고 매수는 300매 정도. 세상에 300매짜리 책을 써본 적은 없었다.
2.
아이디어 회의가 진행되었다. 철학적 디테일은 줄이고, 실용성과 재미를 늘리고, 전하고픈 메시지는 간결하고 명료해야 써야 한다. 구성은 간결하고, 꼭지도 분량을 줄이되, 철학적 관심을 다양하게 가질 수 있는 초보적 책을 만들어 보자. 뭐, 이런 이야기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목차를 만들어갔다. 목차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내 몫이다. 도서관에 들러 이런저런 초등학생용 철학서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고, 편하게 쓰기로 했다. 짧은 글을 쓰기가 긴 글보다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독자가 초등학생이다. 나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나이 먹은 내가 아주 어린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쓰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책쓰기에 애정이 생겼다.
3.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쓰는 초등학생용 교양철학서다. 책을 좋아했던 어린 나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담았다. 질문과 대답도, 소개해준 철학자도 어린 시절, 내가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글을 썼다. 만화 콘티도 짰다. 어린 시절 나는 만화를 좋아했다. 책을 다 쓰고 서문을 썼다. 2024년 10월쯤 의뢰서를 받아서, 2025년 4월에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 한 달 만에 원고를 완성했고, 9월 말에 책이 나왔다. 1년이 걸린 작업이었다. 다시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 나의 눈으로 읽어보니 좋다. 그럼 됐다. 아래에 책에 실어놓은 서문과 콘티를 만화로 그려놓은 작품을 옮긴다. 맛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