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랑의 좌표 : 프롤로그

청년들을 위한 10권 사랑의 철학 고전 이야기

by 김경윤

■ 프롤로그 : 왜 우리는 사랑 앞에서 길을 잃는가


오른쪽으로 넘기면 ‘좋아요’, 왼쪽으로 넘기면 ‘별로예요’. 손가락 하나로 수백 명의 인연을 스쳐 보낼 수 있는 시대. 우리는 MBTI 궁합 표를 들여다보며 나와 맞는 유형의 사람을 필터링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이성의 특징’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은 어려워졌습니다.


사랑은 이제 설렘과 열정의 언어 대신, ‘가성비’와 ‘리스크 관리’의 언어로 평가받습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썸’이라는 안전한 경계선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나의 시간과 감정을 투자했다가 실패할 것이 두려워 관계의 문을 섣불리 열지 못합니다. 사랑은 어느새 우리 삶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 아니라, 가장 먼저 피해야 할 위험 요소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사랑에 대해 길을 잃었습니다. 수많은 연애 팁과 심리 테스트가 넘쳐나지만, 그것들은 안개 속에서 잠시 앞을 비춰주는 손전등일 뿐, 내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도가 되어주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사랑의 ‘기술(Tip)’은 알지만, 사랑의 ‘지혜(Wisdom)’는 잃어버렸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잃어버린 지혜를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의 나침반은 유행처럼 변하는 연애의 기술이 아니라, 2,500년 인류 지성의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를 안내해 줄 ‘철학’입니다.


사랑은 우연히 ‘빠지는(falling in love)’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지도를 그려나가며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과정(Process)’입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사랑의 여정을 10개의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우리보다 앞서 그 길을 걸었던 위대한 철학자들을 길잡이로 삼을 것입니다.


첫 끌림의 순간에는 플라톤과 함께 욕망의 근원을 묻고,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롤랑 바르트의 섬세한 언어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권태라는 안개를 만났을 때는 알랭 바디우의 지혜를 빌려 사랑을 ‘재발명’하는 법을 배우고, ‘영원’이라는 약속의 무게 앞에서는 키르케고르와 함께 결단의 의미를 되새길 것입니다.


각 챕터는 강의실처럼 철학의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하고, 이어지는 ‘Q&A’에서는 마치 당신의 바로 옆자리에서 고민을 들어주듯, 오늘날 우리가 겪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갈 것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연애 고수’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당신이 사랑 앞에서 더 이상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의 관계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는 ‘사랑의 좌표’를 선물하고자 합니다.


이제 나침반을 손에 쥘 시간입니다. 당신은 더 이상 사랑이라는 바다 위를 표류하는 난파선의 선원이 아닙니다. 당신은 자신만의 항해 일지를 써 내려갈 위대한 탐험가입니다. 자, 이제 첫 번째 질문이 우리를 기다리는 항구로 함께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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