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Q&A

플라톤, <향연>

by 김경윤

질문 1: 저는 소위 '얼빠'인 것 같아요. 외모에 너무 쉽게 끌리고, 그러다 보니 관계가 깊어지지 못하고 금방 식어버리는 것 같아요. 이런 제 사랑은 너무 얕고 가짜인 걸까요?


답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가짜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사랑의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플라톤의 『향연』을 기억하시나요? 지혜로운 여인 디오티마는 사랑이 '아름다움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다리의 첫 번째 발판이 바로 '한 사람의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사랑'입니다.

상대방의 아름다운 외모에 강렬하게 끌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랑이라는 위대한 등반을 시작하게 하는 소중한 동력입니다. 문제는 그 첫 번째 발판에만 계속 머물러 있으려고 할 때 생깁니다. 그 사람의 외모 너머에 있는 더 깊은 아름다움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을 때, 관계는 금방 시들해지죠.

상담 Tip: 다음번에 누군가의 외모에 강하게 끌리게 된다면, 그 감정을 탓하지 말고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세요. "이토록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 사람의 내면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숨어 있을까?" 그의 웃는 얼굴 너머에 있는 다정함을, 그의 멋진 스타일 너머에 있는 섬세한 취향을, 그의 눈빛 너머에 있는 영혼의 빛을 발견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외모는 사랑의 출발점이지, 결코 종착역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막 사다리의 첫 계단에 발을 디딘 것이니, 이제 두 번째 계단을 향해 올라갈 용기를 내보시면 됩니다.


질문 2: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스펙도 좋고, 성격도 좋은데... 이상하게 '끌림'이 없어요. 흔히 말하는 '케미'가 안 느껴진다고 할까요? 머리로는 만나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요. 어떡해야 할까요?


답변: 아주 중요한 고민이네요. 이럴 때 우리는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길을 잃곤 하죠. 『향연』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가 좋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랑을 '나의 잃어버린 반쪽을 알아보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끌림'이나 '케미'는, 어쩌면 내 존재의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줄 그 무언가를 상대방에게서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머리로 계산한 '좋은 조건'의 합이, 내 영혼이 갈망하는 '나의 반쪽'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는 신화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사랑의 시작에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욕망'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상담 Tip: '만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나와 상대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섣불리 관계를 정리하기보다는, 그 사람과 몇 번 더 편안하게 만나보며 '조건'이 아닌 '존재' 자체에 집중해보세요.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책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혹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숨겨진 아름다움, 즉 '영혼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러 번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나의 직감을 믿고 정중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사랑은 숙제가 아니니까요.


질문 3: 첫눈에 반해서 시작한 연애는 항상 끝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처음의 뜨거운 감정이 사라지고 나면, 상대방의 단점만 보이고 실망하게 돼요. 차라리 처음부터 미지근하게 시작하는 게 더 나은 걸까요?


답변: 첫눈에 반하는 사랑, 즉 '사랑의 사건'이 주는 강렬함과 그 이후의 허무함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군요. 소크라테스는 사랑의 본질을 '결핍'에서 찾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 더 나은 것을 갈망하기에 사랑을 합니다. 첫눈에 반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완벽한 존재', 나의 모든 결핍을 채워줄 '구원자'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환상의 껍질이 벗겨지면, 그 역시 나와 똑같이 결핍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죠. 이때 실망감이 밀려오고,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연애 방식이 잘못되었다기보다, 사랑의 자연스러운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상담 Tip: 뜨거운 감정은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사랑의 사다리' 다음 단계로 올라갈 시간이라는 신호입니다.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내 환상이 깨졌어!"라고 실망하기보다 "아, 이제야 비로소 진짜 당신의 모습을 알아갈 시간이구나"라고 생각의 전환을 해보세요. 그의 단점을 비난하는 대신, 그 단점이 생겨난 배경(그의 성장 과정, 아픔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세요.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넘어, 불완전하지만 고유한 '한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는 단계로 나아갈 때, 당신의 사랑은 비로소 단단해지기 시작할 겁니다.


질문 4: 요즘은 '썸'만 타다가 끝나는 관계가 너무 많아요. 서로에게 끌리는 것 같아서 잘해보고 싶은데, 누구 하나 먼저 '사귀자'는 말은 안 하고 애매하게 관계가 끝나버려요. 왜 우리는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관계를 시작하는 걸 두려워할까요?


답변: '썸'이라는 현대적인 관계의 양상은 플라톤이 말한 '에로스'의 본질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가 풍요의 신과 결핍의 신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했죠. 그래서 에로스는 가진 것도 없고 못 가진 것도 아닌, '중간자적 상태'에 있습니다. '썸'이 바로 그런 상태입니다.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가능성과 불안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상태죠.

우리가 관계를 시작하기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 '중간자적 상태'가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관계를 시작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상처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썸'의 단계에서는 그런 부담 없이 끌림의 즐거움만 누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의 위대함이 그 중간자적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결핍을 자각하고 더 높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상승의 의지'에 있다고 말합니다.

상담 Tip: '썸'이 길어지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이 관계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상처받지 않는 안전함인가, 아니면 함께 성장하는 사랑의 여정인가?" 만약 후자를 원한다면, 용기를 내어 '사다리'를 오르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먼저 당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것이죠. 거절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원히 사랑이 주는 더 깊은 차원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없을 겁니다.


질문 5: 저는 제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도 막연해요. 저 같은 사람도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답변: 물론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결핍의 자각'이야말로, 소크라테스가 말한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 철학의 출발점입니다. 그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죠.

사랑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하나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곧 내 안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고,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끌린다면 나는 삶에서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지적인 사람에게 끌린다면, '지혜'와 '성장'에 대한 깊은 갈망이 내 안에 있다는 뜻일 수 있죠.

상담 Tip: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더 작은 질문부터 시작해보세요.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가?",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눌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당신의 마음을 유독 설레게 하고,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의 형태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욕망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따라가 보세요. 그 길의 끝에서 당신이 꿈꾸는 사랑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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