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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툰》 이후 :한기호 소장 서평

20205. 11. 4

by 김경윤

1.

가파도에 있으니 모든 게 느리다. 책을 써놓고도 책을 제일 늦게야 받았다. 어제 책을 받아서 처음으로 실물을 본다. 화면으로 볼 때와 종이로 만질 때 물감이 다르다. 나는 역시 아날로그 세대인가 보다. 책이 훨씬 따뜻하고 정이 간다. 가파도에 있으니 전자책을 살만한데도, 굳이 종이책을 구입하는 이유는 바로 이 물감 때문이다. 손때를 묻혀가며 책 읽는 맛은 그 어느 산해진미와도 바꿀 수 없다.


2.

신간이 나와서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가서 판매가 어느 정도 됐는지 살펴본다. 청소년 고전주간 10위권 안에 <고전툰> 정치편과 경제편이 모두 들어있다. (와우, 이렇게나 빨리 반응한다고?) 기분이 우쭐(?)해진다. 그리고 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책의 추천인에 서평을 써주었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님이 블로그에 책의 서평을 더 길게 써준 것이다. 기분이 좀 더 우쭐해진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것도 좋지만, 책이 많이 읽히는 것은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기왕 자랑한 김에 한기호 소장님의 서평을 옮겨놓는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AI 시대, 책은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제 책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훈련장이 되어야 합니다. 『고전툰』은 고전을 소재로 ‘생각하는 힘’을 제대로 길러주는 새로운 책입니다. 고전이 쓰인 시대의 맥락과 저자의 문제의식을 짚어주며, 플라톤·루소·마키아벨리·마르크스·소로 같은 사상가들의 시선으로 오늘의 정치·경제·환경 문제를 깊게 따져봅니다. ‘북토크’는 『고전툰』의 백미, 인류의 지성들이 시대를 초월해 토론하는 가상 북토크를 따라가면 AI가 대신할 수 없는 생각하는 힘이 저절로 생길 겁니다.”

오랜만에 추천사를 하나 썼다. 『고전툰』(강일우·김경윤·송원석, 펜타클)이다. 이 시리즈는 지금 1권 정치편과 2권 경제편이 나왔다. 우리는 고전을 왜 읽는가? 플라톤의 『국가』는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화체 형식의 책으로, 정의란 무엇이며 이상적인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공동체와 국가의 의미를 탐구하는 서양 고대 정치철학의 정수이다. 『한비자』는 동양 정치사상사에서 가장 현실주의적이고 체계적인 법치론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에게 바치는 정치적 조언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불평등한 현실에 맞서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근대 민주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책이다. 이런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고서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어렵다.

『고전툰』 정치편은 이 다섯 권을 다룬다. 각편은 히스토리, 다이제스트, 고전툰, 북토크의 네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히스토리는 고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 책이 쓰인 시대 배경과 저자의 삶을 압축해 설명한다. 다이제스트에서는 고전이 품고 있는 핵심 메시지와 인류가 그 책에서 길어 올렸던 통찰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고전툰에서는 고전의 핵심 내용을 툰 형식으로 풀어낸다. 북토크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고전의 저자와 인류 역사의 위대한 지성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가상의 토론을 벌여 고전이 품은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청소년은 『고전툰』은 통해 지식 자체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힘과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조화롭게 이해하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일본은 일찍이 주요 서양 철학 사상가로 꼽히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마르크스, 엥겔스, 니체 등의 전집 번역을 완성했다. 이제는 여러 이본(異本)이 나와서 경쟁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니체를 제외하고는 전집이 제대로 완역된 사상가를 찾기 어렵다. 내가 정말 부러운 것은 그런 고전을 읽어낼 수 있는 근력을 키워줄 수 있는 청소년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책을 읽고 자랐으니 젊은 나이에 누구나 인정하는 사상가 수준의 소장 학자가 줄줄이 등장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에도 요약본이나 해설서 같은 것들은 있다. 그런 책은 청소년이 읽고도 제대로 의미를 깨닫기 어렵다.

물론 우리도 고전에 담긴 지혜와 통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고전툰』처럼 입체적으로 고전을 조명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상을 전달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이 품위 있게 토론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AI시대에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지혜는 스스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학교에서도 토론을 통해 수업을 하지 않으면 이런 능력이 키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가족이 함께 읽고 토론을 벌이면 질문하는 능력이 저절로 키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작은딸이 프랑스 대학에 다닐 때 내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들뢰즈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사서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그 책을 발송하면서 프랑스 대학에서는 이 책들을 갖고 토론을 벌이는 것이라 짐작했다. 2권 경제편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박제가의 『북학의』 등을 다룬다. 이 책들이 품은 지혜의 관점으로 우리 시대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우리는 겨우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들을 읽고 다시 고전의 의미를 제대로 되새길 수 있었다. 빨리 후속편들이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고전을 소재로 ‘생각하는 힘’을 제대로 길러주는 『고전툰』 : 네이버 블로그


3.

지금 나는 <고전툰> 5권을 집필 중이다. 내년 신학기 되기 전에 기왕에 나왔던 1권 정치편, 2권 경제편에 이어 3권 환경편, 4권 문화편, 5권 역사편이 한꺼번에 나올 예정이다. 물 들어온 김에 노를 힘차게 젓고 있다. (강일우 사장의 표현으로는 '몽골기병처럼 달려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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