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칼럼쓰기 11 : 일일일사(一日一事)

고양신문 (인터넷판, 2025. 11. 18)

by 김경윤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정말 정신이 없었네요. 나라 안팎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내 삶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올 11월에 가파도 매표원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2년 동안 매표원으로 살면서 가파도에서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에 책도 4권이나 출간했지만, 책이 나왔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출간기념회도 정식으로 하지 못하고 지났습니다. 퇴직하고 벌써 보름이 지나갑니다. 퇴직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서류작업과 교육을 받고, 서귀포 고용센터에 가서 신청을 접수하고서야 실업자가 된 것이 실감나더군요.


일용노동자로 2년을 지냈으니, 이제는 자유인으로 1년 정도 가파도에 더 있을 생각입니다. 그동안 자유롭게 가보지 못했던 곳도 방문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읽고 싶은 책도 읽고, 쓰고 싶은 글도 쓰면서 저에게 휴가를 주려 합니다. 끌려다니는 삶에서 끌고 다니는 삶으로 전환하려니, 마음이 더 바빠집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자칫 잘못하면 더 힘든 생활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면서 내년 한 해의 신훈(身訓)을 정했습니다. 집에 가훈(家訓)이 있듯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경계석 하나는 세워 두려고요.


일일일사(一日一事), 하루에 하나만 하자. 이게 제 몸에 새긴 문구입니다. 하루에 한 가지 일을 수행하면서 나머지는 빈칸으로 남겨두자고 다짐합니다. 오늘 나의 일사(一事)는 ‘고양신문에 칼럼 쓰기’입니다. 이 일을 마치면 나는 휴가처럼 하루를 보낼 것입니다. 게으르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살자는 나의 다짐이지요.


소로우가 월든 호수 숲으로 들어가 2년 2개월 2일 동안 살았던 삶을 기록한 『월든』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하지 말라. 백만 대신에 반 다스(6개) 정도만 세고,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 문명의 복잡함 속에서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어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라고 역설한 소로우의 경지에 도달하기는 어렵겠지만, 흉내는 내보고 살려고요.


게다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천천히 조금씩 덜어가며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무리하면 몸이 제일 먼저 반응하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젊어서는 정신에 순종하면 살았으니, 이제 몸이 이야기하는 것을 따르면 살려고 합니다.


어제는 황광수가 쓴 『셰익스피어』를 읽었습니다. 내년도에 그동안 사놓고 읽지 못했던 셰익스피어 전집을 한 권 한 권 읽기 위한 전초전으로, 셰익스피어의 삶과 저술을 역사적으로 저술한 황광우의 책을 읽은 건데요. 셰익스피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현장을 발로 걸어가며 저술한 작품 소개는 정말 가슴이 뛰더군요. 청년시절 읽고 덮었던 책을 노년의 나이에 다시 읽으면 어떨지 사뭇 기대됩니다.


세월이 흐르고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나의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독서(讀書)가 될 것입니다. 내년도에는 하루에 한 권씩 읽고, 한 편씩 쓰기를 소망하지만, 체력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한두 시간만 읽어도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가 띵하고, 졸리기 시작합니다.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삶을 살아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삶의 계획이 있으셨나요? 그 계획을 잘 이루셨나요? 내년도에는 어떤 일을 도모하시려고 하나요? 그 모든 일들을 잘 살피시고, 몸도 잘 보살피는 연말연시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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