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인터넷판, 2026. 3. 9)
나치즘, 2차 세계대전의 전범 히틀러가 전 세계에 확산한 이념입니다. 이 이념은 아직도 유럽사회에 살아남아서 거대한 위험의 불씨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자민족중심주의, 타민족에 대한 불관용, 자국민의 감시와 처벌, 세계질서 체제의 붕괴, 독일제국주의의 확산이 이 이념 아래에서 퍼져갔습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영국, 소련과 중국 등이 이끄는 연합군이 결국은 6년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1945년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했습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오늘날, 새로운 제국주의가 미국에 의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라는 희대의 미국 대통령이 재선출되면서 전 세계의 질서는 붕괴되고, 어렵사리 유지되고 있던 평화적 분위기는 무너졌고, 모두가 자국의 생존을 위하여 좌고우면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는 양아치 같은 관세폭탄을 적국뿐 아니라 우방국과 동맹국에게도 날리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UN 산하의 기구들 대부분을 탈퇴하고, 국제조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빈번한 전쟁을 일으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제적 상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기로 휘두르는 트럼프 정부의 칼날은 수많은 양민의 고통으로 이어졌고,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으킨 이란과의 전쟁은 대한민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며 주가가 폭락하고 유가가 폭등하는 사태까지 야기시켰습니다. 모두가 미국의 잘못임을 알면서도 잘못 말했다가는 어떤 불씨가 튈지 몰라 쉬쉬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는 현실회피론을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허나 우리는 제국의 역사를 성찰하면서, 제국의 몰락을 예상합니다. 제국이 융성할 때에는 폭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경제적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을 때입니다. 반대로 타국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적 수탈이 이어지고,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 무력행사를 앞세우게 될 경우, 제국의 테두리는 점점 좁아지고 지지세력은 더욱더 빨리 떠나가고, 심지어는 같은 편마저 분열하게 되는 사태에 도달하게 되면, 아무리 강력한 제국이라 할지라도 결국 사리지게 됩니다.
지금 미국이 바로 이러한 사라지는 제국의 징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백인중심의 지배체제를 수립하고자 불법체류자 추방이라는 명목하에 반대세력을 추방하거나 무력화하고, 기준에도 없는 약탈적 관세협상으로 우방국과 동맹국들의 경제를 위협하거나 협박하고,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무력으로 침공하고 파괴하면서 자신의 패권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위기를 타국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타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복종하기만 바라면 이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 결국은 동반몰락이거나 제국의 붕괴입니다.
나는 트럼프 정부의 이념을 ‘양아치즘’이라고 마음속으로 명명합니다. ‘나치즘’이라는 용어를 변용하여 태평양+아메리카+나치즘을 축약한 이 제국주의 이념은 양아치들의 비극적 운명처럼, 이념적으로 천박하고, 실천적으로 치졸하며, 미래적으로 암울합니다. 민주주의적 가치가 뿌리 뽑혔기에 이제는 오로지 힘의 논리만을 남아있는 이 양아치즘을 숭상하고 따르는 세력은 점점 소멸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력의 힘은 너무도 거대하여 단지 미국만을 망치지 않고 전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한꺼번에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점이 참으로 불안합니다.
이러한 위기는 미국 내에서도 내전과 같은 양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민주주의의 종주국이자 모델이었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무기력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오로지 기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입니다. 아메리카 시민의 분발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