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노자 33 : 밝은 앎

33장. 밝은 앎

by 김경윤

남을 아는 것이 지혜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

남을 이기는 것이 무력

자기를 이기는 것은 강함.


만족을 아는 것이 부자됨

실천을 아는 것이 살아감

자기를 잃지 않기에

오래도록 삶은 이어집니다.


노자 《도덕경》을 읽다 보면 ‘현덕(玄德)’이라는 말이 눈에 띕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요.) 10장에 나오는 말인데, 관련 문장만 인용하겠습니다.


낳고 길러요 生之畜之

낳았지만 갖지 말고. 生而不有

했지만 기대지 말고, 爲而不恃

키웠지만 통제하지 말아요. 長而不宰

그것을 신비한 덕이라 하죠. 是謂玄德


저는 ‘신비한 덕’으로 번역했지만, 말대로라면 ‘어둠의 덕’입니다. 왜 어둠의 덕일까요? 보이지 않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어둠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말이 ‘밝음[明]’입니다. 그러면 노자는 어둠과 밝음을 동시에 예찬한 것일까요? 저는 어둠임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고 해석합니다.

존재의 근원은 어둠입니다. 알 수 없음의 영역이자, 무한잠재성의 영역이지요. 모든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 존재입니다. 눈에 드러난, 보여진, 되어 버린 것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만, 드러나지 않은, 감춰진, 아직은 되지 않은 것들은 쉽게 포착할 수 없습니다. 인식론은 드러난 것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존재론은 드러나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앎의 영역의 바깥에 있는 존재를 긍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노자가 말하는 ‘밝음’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 계몽주의(Enlightenment)의 ‘빛’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아는 것이 ‘밝음’입니다. 그것은 서양의 지혜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법입니다. 미묘하고, 신비하지요.

존재는 무한히 열려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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