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쓰레기책>(오도스)
오승재 새로 나온 책도 소개해드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지식도 나눕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서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경윤 네, 반갑습니다.
오승재 1. 아쉽게도 오늘이 책소개하는 마지막 방송이네요.
김경윤 그러게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한용운 시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만날 때 헤어짐을 염려함과 같이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시절 인연이 닿아 만났으니, 다시 시절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날 수 있겠지요.
오승재 재미난 말씀이네요.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김경윤 오늘은 ‘지구촌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동학씨가 쓴 <쓰레기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오승재 지구촌장이라는 별명이 특이하네요.
김경윤 지은이인 이동학씨의 꿈이 UN사무총장이었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 사무총장이 배출되어 그 꿈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어머니로부터 ‘지구촌장’이라는 직책을 임명받고 2년여의 여정으로 지구촌 61개국 157개 도시를 유랑 다니면서 사용한 별명이랍니다. 36살의 나이의 출발했으니. 그냥 재미로 다닐 나이는 아니었지요.
오승재 재미로 다니지 않았다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녔다는 말씀인가요?
김경윤 지은이는 우리나라가 북으로는 가로막혀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과 같은 나라이기에 고립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고 봤구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문제, 거대도시화문제, 이주민 문제 등이 향후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 지 지구적 차원에서 살펴보려고 전세계를 돌았다고 합니다.
오승재 2. 그러한 문제의식으로 돌았다면 그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 책을 써야할 텐데, 쓴 책의 제목이 <쓰레기책>이네요.
김경윤 물론 지은이가 자신의 문제의식을 버리고 쓰레기에 주목한 것은 아니구요.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돌아다니다보니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야할 주제가 쓰레기라는 생각에 도달한 거지요.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곳이 대도시이고, 이 쓰레기로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하는 곳이 가난한 지역이나 가난한 나라입니다. 특히 이 쓰레기 문제는 한 지역이나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고, 환경오염과 파괴의 핵심적인 사안인데,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대처가 열악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거지요. 문제의 시급성에 있어서 우선 순위가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오승재 그정도로 쓰레기 문제가 세계적이고 중요한 건가요?
김경윤 저자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그 심각성을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정말 ‘쓰레기 천국’이더랍니다. 몽골 초원에 거대한 쓰레기 산들도 목격하고, 이집트 카이로 외곽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보고, 필리핀 바닷가 마을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경악했다고 했는데요.
특히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큰 문제랍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 잘게 부서질 뿐 자연분해가 되지 않고요. 먹이로 오인한 해양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간 플라스틱은 어류를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도 하지요. 결국 인간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촌 어디에서나 발견된다고 합니다. 히말라야산맥, 아이슬란드 빙하, 하와이해변, 아마존강변, 세렝게티 초원 등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어디든요. 누군가는 플라스틱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아마도 최악의 발명품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실제로 태평양 한가운데엔 프랑스 면적의 세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 밀집존, 이른바 ‘태평양 쓰레기섬’이 있다. 어획에 쓰는 어망부터 비닐류를 비롯해 다양한 플라스틱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오승재 말씀을 들어보니 심각하네요. 그렇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나요?
김경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방식을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유지되는 사회인데, 상품 생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플라스틱 재료지요. 물건을 포장하거나 보관하는 데에도 사용되지만, 우리의 일상 용품이 대부분은 플라스틱을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볼펜, 옷, 가구, 스마트폰 등 목록을 열거하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지요. 그런데 이러한 제품이 한 번 만들어지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이 나오면 금세 쓰레기로 벌어지지요.
특히 요즘에는 배달, 택배, 테이크 아웃 등 배달경제가 활성화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물건을 구입해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상품보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더 많아요. 이 정도면 내가 상품을 구입한 것인지 쓰레기를 구입한 것인지 헛갈릴 정도지요. 도시의 효율경제는 다른 말로는 ‘24시간 쓰레기 생산경제’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승재 3.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세계경제체계와도 관련이 있나요?
김경윤 쓰레기가 나오면 그 쓰레기를 만든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데, 그러러면 매립하거나 소각하거나 재활용하거나 재생산해야 되겠지요. 그런데 매립이나 소각시설은 혐오시설로 알려져서 대도시 안에서는 주민들의 반대로 만들어지기 어려워요. 재활용이나 재생산의 경우도 과정과 비용이 많이 들어 쉽게 채택되지 않지요. 그러니까 도시에서 생산된 쓰레기가 비용이 덜 들고 가난한 지역으로 버려지거나, 심지어는 다른 가난한 나라들로 수출되기도 하지요.
쓰레기 수출국이 있으면 쓰레기 수입국이 있겠지요. 유럽이나 미국이 가장 거대한 쓰레기 수출국인데요. 그 중에서 특히 미국을 예로 들어본다면, 미국의 쓰레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가 중국이에요. 2016년 기준으로 미국 쓰레기의 78%를 중국이 수입했지요. 인도가 8%구요. 우리나라도 미국의 쓰레기의 5%를 수입했어요. 그런데 중국이 2018년에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쓰레기의 대이동이 멈추게 되지요. 동시에 전세계적인 쓰레기 대란이 시작된 거지요. 미국 같은 나라는 나라의 쓰레기량에 비해 소각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에 매립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매립의 방법으로 버틸지 미지수지요.
오승재 세계적인 쓰레기 대란이네요.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김경윤 미국이 아예 분리수거 개념이 없는 나라라면, 우리나라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모범적인 나라 중 하나인데요. 그럼에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한 나라이지요. 당장 수도권 매립지만 해도 5년이 지나면 더는 쓰레기를 매립한 공간이 남지 않게 되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의 전환과 실천,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해결이 시급한 시점이지요.
오승재 3. 그렇다면 저자는 쓰레기 문제 해결방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김경윤 이제 지구촌은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 시대를 돌입했어요. 가장 근본적인방법은 쓰레기 제로를 만드는 거지요. 그러러면 지구적 경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봐요. 쓰레기를 대량 생산하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재고하는 문제부터, 음식물 쓰레기나 일회용품, 불필요한 상품의 소비 등을 하지 않으려는 지구촌 주민들의 의식전환과 실천이 필요하겠지요. 많은 소비가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한 소비가 좋은 것이라는 삶의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겠지요. 이것은 근본적인 방향성이구요.
당장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려는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어요. 예를 들면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예술작품으로, 문화시설로, 새로운 재생산의 체험공간으로 만들었던 사례도 소개했는데, 지자체가 참고할만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일상적인 아이디어로는 일회용품을 최대한 줄이고, 비닐봉지나 프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을 억제하고, 컵이나 재활용 쓰레기를 회수할 경우 포인트를 주어 현금이나 현물로 바꿔주는 사례,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푸드뱅크나 할인마트, 쓸 만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이나 공짜로 나눠주는 벼룩시장이나 아나바다 등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만한 지구촌 사례를 풍부하게 예시하고 있어요. 가장 재미난 사례 하나를 소개하라면,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바퀴벌레 호텔의 사례인데요. 바퀴벌레의 왕성한 번식력과 식욕을 이용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거기서 나온 바퀴벌레 사체나 알의 경우 비료로 재생산하여 활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오승재 정말 기발한 사례네요. 작가님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경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우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를 쓰레기 문제와 관련지어 바꿔보면, “자기가 구입하고 소비한 물건은 자기가 책임지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시인들은 소비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아서 생산과 소비 이후의 처리문제는 관심이 적은 편이지요. 이 책은 도시에 살고 있는 이기적인 시민들을 각성시킬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된 슬로건이 떠올랐어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자.” 쓰레기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승재 마지막으로 책의 한 대목을 소개해주시지요.
김경윤 지은이가 이 책의 마지막 구절로 써놓은 부분을 읽어볼까 합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휴전선에 가로막혀 사실상 섬나라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은 이미 글로벌 대기업을 통해 세계경제의 전선에서 절지 않은 역할과 비중을 쌓아왔습니다. 이를 통해 손가락 안에 드는,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올린 나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쓰레기 문제를 두고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만들어지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서입니다. 환경분야를,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먼저 다룬 것은 제가 본 현재와 미래를 여러분에게 더 알라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 나서보자는 호소입니다. 함께 그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승재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년 동안 ‘지구촌장’으로 지구촌을 돌며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돌아온 이동학이 쓴 《쓰레기책》을 참새방앗간 지기 김경윤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나봤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윤 빨리 우리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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