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타츠루,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듀니티, 2020)
우리의 생명력이 가장 떨어지는, 가장 위험한 장소는 다음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위치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동선도, 취할 행동도, 움직일 수 있는 타이밍도 하나로 정해진 것이 가장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있어야 할 장소, 순간, 해야 할 일, 모두 ‘해야 한다’는 표현 때문에 유일한 정답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곳이야말로 정답이 됩니다.(215~6쪽)
자유는 학습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들여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올바른 위치에서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하려면 아이들에게 선택지가 가장 많은, 선택할 수 있는 동선이 가장 많을 때 살아 있음을, 생명력이 넘쳐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실감나게 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라는 것은 자연 상태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이나 가정교육, 수행을 통해 비로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을 여러분이 꼭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219쪽)
최근 들어 젬베를 다시 배우고 있다. 초급과정을 한 3개월쯤 배우고 일이 바빠지면서 손을 떼고 있었는데, 코로나 19가 준 축복(?)으로 일이 없어지자 다시 배우게 된 것이다. 초급이 품세(品勢)를 익히는 일이라면, 중급부터는 적용과 응용과정이다. 초급 품세가 박자와 규칙을 암기하는 것에 가깝다면, 중급부터는 박자를 가로질러, 엇나가다가 돌아오고, 박자를 쪼개고, 강약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규칙을 넘어 즐거움을 만끽하는 과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초급에서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만, 중급부터는 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허용된다.
하지만 중급과 초급이 같은 지점이 있다. 모두가 유연함을 길러 언제든지 기본형태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으려면 본래의 박자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본래의 박자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엄청난 기교와 표현은 소음에 불과하게 된다. 자유에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자유의 조건이며 자유를 펼칠 수 있는 토대이다.
중급의 젬베를 배우면 가장 먼저 떠오른 사상가가 바로 우치다 타츠루다. 그는 합기도 고수인 무도인이자, 능악이라는 전통일본무용을 몸으로 익히는 무용인이며, 스키의 즐거움을 느끼는 스포츠인이기도 하다. “무도도, 능악도, 스키도, 전하고 있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가장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곳, 다음 선택지가 최대화되는 곳에 서라는 가르침입니다.”(215쪽) 어떠한 동작도 가능한 그 지점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칼을 피하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켜낼 수 있는 움직임을 훈련하는 것, 그것이 자유다.
그래서 그는 자유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완벽하지 않을 용기-우치다 타츠루의 교육론》(에듀니티, 2020)이다. 2013년부터 매 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한국의 교사들과 나눈 강연과 대화록을 묶은 이 책에서 한국과 일본사회와 교육 사정, 미래교육의 방향, 교사의 역할,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치다 특유의 근본적이고 독창적 강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우치다 타츠루를 초정한 에듀니티에서 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무료로 공개해서 당시의 생생한 현장과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 QR코드가 있어, 강의현장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모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추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일본이 한국을 혐오하는지에 대한 일본지성의 새로운 통찰을 배울 수 있었다. 그에 대해서 쓰려면 또한 엄청난 지면이 필요하기에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내가 여태까지 들어본 설명 중에 최고다. 통쾌, 상쾌, 유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