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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01. 2020

2020 독서노트 : 미래 세대를 위한 글쓰기

우치다 타츠루 외《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위즈덤하우스)

저출생을 둘러싼 상황을 저출산이 개선되지 않는 일본과 한국, 어느 정도 제어에 성공한 유럽을 비교해 살펴보면 현저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혼외자녀의 비율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혼외자녀 비율은 50퍼센트가 넘는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 일본과 비슷한 가족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독일의 경우도 35퍼센트다. 이에 비해 일본의 혼외자녀 비율은 아예 자릿수가 다르다. 겨우 2.3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은 더 낮은 1.9퍼센트다. 다시 말해 유교적 윤리에 사로잡힌 아시아에서는 법률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일이 거의 금기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오히려 인권확대와 생활권 확보 쪽에 있는 것이다.(148~149쪽)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가 미래사회다. 물론 이러한 관심을 드높였던 사건은 코로나 19였다. 코로나 19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검토하게 만들었다. 생태, 환경, 건강, 인간, 노동, 자본, 경제, 국제, 사회조직 등 다양한 차원의 담론들이 향후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만이 미래사회를 염려하게 된 원인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감소를 포함한 인구감소, 자동화와 기계화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와 대량실업,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핵가족의 붕괴와 개인화, 국제적 분쟁에 따른 자국 우선 정책과 봉쇄주의, 전쟁에 따른 대량 난민 발생,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위기 등 미래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위험한 징후들은 얼마든지 손꼽을 수 있다. 내 인생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치고, 우리의 아이들과 후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몰락을 바라보며 비관주의에 빠질 것인가? 전혀 다른 ‘뉴딜(new deal)’ 즉 새로운 전환을 모색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가슴에 품고 이번에 읽은 책은 우치다 타츠루 포함 10여 명이나 되는 일본 지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위즈덤하우스, 2019)이다. 제목에서 짐작하다시피 이 책은 인구감소의 근본적인 원인과 이러한 경향을 조건으로 우리가 모색할 수 있는 미래적 삶에 대한 일본 지성의 발언들이다. 저자들은 물론 일본적 상황에 주목하면서 분석과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본과 유사한 사회현상에 놓여있는 우리의 삶에 비추어보는 데 격차가 크게 벌어지진 않는다. 


인구감소 현상이 외면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경향이 아니라면 이러한 조건을 기본값으로 놓고,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생활문화적 차원에서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시도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가 특히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전인류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환경수용력과 인구동태를 살핀 1장과 인구감소에 따라 무연(無緣)의 세계에 유연(有緣)의 장소를 만들자고 윤리적 대안을 제시한 4장, 근대의 건축학을 사무라이의 미학과 연관시킨 6장이다. 위에 인용한 구절은 4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마지막에 인용한 부분은 혼자 살아가는 1인 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인데, 기억해두고 싶어서 인용한다. 


지역과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1억 총관객사회는 ‘고비용 사회’이기도 하다. 고립이 진행될수록 1인당 생활유지 비용이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경제와 과학 기술의 힘에만 의존한다면, 좀더 심각한 ‘위험사회’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과 사회에서 ‘관계의 힘’을 되살려야 한다. 자연과 타인,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되살리는 것은 우리가 관객석에서 무대로 내려와 각자 생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힘으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쪽으로 돌아간다.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편이 훨씬 즐겁기 때문에 내려가는 것이다. (240쪽)


<추신> 링크로 걸어놓은 것은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를 분석한 기사 중 하나이다. 읽어보실 분은 참고하시길.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7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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