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노자 63 : 스승의 일상

2020 스승의 날에 부쳐

by 김경윤

억지 없이 가르치고

강제 없이 실행하고

큰 것을 작은 것처럼 여기고

많은 것을 적은 것처럼 생각합니다.

제자의 잘못을 사랑으로 갚습니다.

어려운 일은 쉬울 때 시작하고

큰 일은 작을 때 실행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쉬울 때가 있고

아무리 큰 일이라도 작을 때가 있습니다.

일이 어려워지고 나서 시작하지 않고

일이 커지고 나서 실행하지 않습니다.

끝에 가서야 시작하지 않으니

그래서 큰 일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심하십시오.

일을 가볍게 수락하면 신뢰를 잃게 되고

일을 쉽게 생각하면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가볍고 쉬운 일도 무겁고 어려운 것처럼 대하십시오.

그러야 끝에 가서 곤란을 겪지 않습니다.

스승은 어떤 존재인가? 이광웅이란 시인이자 교사인 분이 계셨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는 이런 시를 남겼다. <목숨을 걸고>라는 시다.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광웅.jpg

훗날 도종환 시인은 <이광웅>이란 시에서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대는 이 땅의 맑은 풀잎이었다가

허리에 도끼날이 박힌 상처받은 소나무이었다가

그대는 별자리에서 쫓겨난 착한 별이었다가

견결한 향기로 시드는 가을들판 마른 쑥잎으로 앉아 있다가

그대는 진흙도 물벌레도 다 와서 살게 하는 고운 호수였다가

천둥번개도 눈보라도 다 품어주는 저녁하늘이었다가

그대는 지금 갈기갈기 소나기로 내려앉은 슬픔

쏟아지며 쏟아지며 온 세상을 다 적시는 눈물의 빗줄기.


아, 스승이 된다는 것, 스승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다.

스승의 날. 이 글을 쓴다. 고맙습니다. 이 땅의 스승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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