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스승은 아늑합니다.
지친 제자들도 몸을 녹이고
잘못한 제자들도 숨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습니다.
잘나가던 제자도 겸손히 찾아오고
실패한 제자들도 기꺼이 찾아옵니다.
제왕도 거지도 그에게는 똑 같은 제자.
지혜도 어리석음도
성자도 죄인도
모두 그에게 안깁니다.
그래서 세상은 스승을 귀하게 여깁니다.
스승보다 귀한 존재는 없습니다.
《장자》 <덕충부>편에 나오는 백혼무인(伯昏无人)이라는 스승이야기이다.
신도가는 형벌로 다리를 잘린 사람이었는데, 정나라 재상인 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다. “내가 먼저 나가게 되면 자네는 머물러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머물러 있기로 하세. 나는 지금 나가려고 하는데 자네는 머물러 있을 텐가? 그리고 자네는 재상인 나를 보고도 길을 비키려 하지 않는데, 자네는 재상과 자네의 신분이 같다고 보고 있는 것인가?”
신도가가 말했다. “선생님의 문하에 본시부터 재상이라는 것이 있었는가? 당신은 당신이 재상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남을 업신여기고 있다. 거울이 맑은 것은 먼지와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고, 먼지와 때가 묻으면 거울은 맑지 않게 된다. 오랜 동안 현명한 사람과 같이 생활을 하면 곧 잘못이 없게 된다고 했다. 지금 당신이 크게 떠 받들며 배우고 있는 분은 우리 선생님이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자산이 말했다. “자네는 몸이 이 모양인데 요임금과 훌륭함을 겨루려 하고 있다. 자네는 자네의 덕으로 헤아려 스스로 반성할 줄도 모르는가?”
신도가가 말했다. “(…)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다리가 완전하다고 해서 나의 불완전한 다리를 비웃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지만 선생님이 계신 곳에 가기만 하면 곧 시원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선생님께서 훌륭하심으로 나를 씻어주시는 것인지, 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선생님을 따라 공부한지 십구 년이 되지만 내가 절름발이라는 것을 의식한 일이 거의 없었다. 지금 당신은 나와 형체 속의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당신은 내게 형체의 모양을 따지고 있으니 잘못이 아닌가?”
자산은 부끄러운 듯 몸을 바로잡고 말했다.
"내가 잘못했네. 없었던 일로 하세."
공자가 칭송했던 당대의 명재상 정나라 자산과 동문수학했던 발 잘린 신도가는 모두 백혼무인의 제자였다. 그는 제자가 어떠한 상태에 있든지 아늑하게 받아들였다. 한 제자는 입신양명하였고, 다른 제자는 형벌을 받아 불구가 되었다. 그럼에도 스승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 스승은 무엇보다 귀한 존재이다. 백혼무인은 ‘이름 없는 교사’라는 뜻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