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9 : 아내의 죽음

신맛 8 - 곡을 멈추고 노래를 부르다

by 김경윤

곡을 멈추고 노래를 부르다


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자가 문상을 갔습니다. 그런데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혜자가 말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살았고, 자식을 길렀으며, 함께 늙었습니다. 그런 부인이 죽었는데 곡은 안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니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가 죽었을 때 나라고 어찌 슬픔이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아내가 태어나기 이전을 생각해 보니 본래 삶이란 게 없더군요. 삶만 없었을 뿐 아니라 본래 형체조차 없었으며, 형체만이 아니라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황홀한 가운데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운이 생기고, 기운이 변하여 형체가 생기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있게 된 겁니다. 이제 다시 변하여 죽은 것입니다. 이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내는 지금 하늘과 땅이라는 거대한 방 속에 편안히 누워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소리 내어 곡을 한다면 자연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곡을 멈추고 노래를 한 것입니다.”

- <지락> 3


혜자 앞에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장자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라면서 철학자야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제자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먹고 죽는 바로 그날, 슬픔에 사로잡힌 가족들을 밖으로 보내고, 친구들과 죽음과 그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하여 철학적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몸은 죽을지라도 영혼은 불멸한다는 것을 논증하며 친구들과 담담하게 이성적으로 명철하게 죽음과 영혼에 대하여 철학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4부작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살짝 웃음이 나온다. 죽는 날 이렇게 태연하게 철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참으로 고급스러운 방식이다. 소크라테스의 신념대로 죽음 이후에도 영혼이 불멸하는 것이라면 슬퍼할 이유는 없다. 사실 본질은 죽지 않은 것이므로,


이와 대조할 만한 것이 바로 장자의 죽음 명상이다. 아내의 주검을 앞에 놓고 장자는 잠시 슬퍼하며 곡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멈추고 죽음을 우주적으로 생각해본다. 추론의 결론은 삶이란 본래 없었다는 지점에 도달한다. ‘황홀함 → 기운 생김 → 형체 생김 → 삶 → 형체 없음 → 기운 없음 → 황홀함’의 순환과정에서 삶이란 잠깐 동안의 모습일 뿐이다. 이제 삶은 다시 황홀함으로 돌아간다. 하늘과 땅이라는 거대한 방 속으로. 장자는 이를 ‘현해(懸解)’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삶에 묶여있다가 드디어 풀려난 것이다. 아내는 우주 속으로 해방되었기에 노래로 축하할 만하다. 장자가 곡을 멈추고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이유다.

장자 사전에 ‘불멸’이라는 단어는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변화하듯, 모든 것은 변화의 한 지점일 뿐이다. 삶이란 잠시 쉬는 정거장이고, 잠시 묵는 여관방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잠시 쉬는 정거장이나 잠시 묶는 여인숙에 온갖 물건을 쌓아두고, 그곳에서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것 아닐까? 즐겁게 지내다가 즐겁게 가면 된다. 장자식으로 표현하면 “사는 것이 즐겁다면 죽는 것도 즐겁다.”


서양철학이 죽음을 불멸로 극복하려 했다면, 동양철학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수용한다. 어떠한 태도가 더 성숙하고 인간에게 도움이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나의 입장은 장자 쪽으로 완만한 기울기를 형성한다. 몸을 떠난 순수한 영혼이나 플라스틱처럼 썩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불멸 따위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짝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장자가 아내의 주검 앞에서 이런 생각을 펼치는 동안, 아내가 다시 살아나서 장자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자를 보며 지긋이 웃었을까, 아니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했을까? 그도 아니라면 장자가 두드리던 동이를 빼앗아 장자의 머리에 냅다 꽂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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