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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l 25. 2020

2020 독서노트 78 : 수학짜의 방정식 이야기

수냐, 《톡 쏘는 방정식》(지노, 2020)


뉴턴 이전에 과학은 크게 두 개로 구분되어 있었다. 갈릴레이로 대표되는 지상에서의 과학과 케플러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이었다. 속도, 가속도, 이동거리 등을 탐구하는 지상역학과 행성의 괘도와 주기를 탐구하는 천상역학이었다.

고대로부터 하늘과 땅은 각각을 구성하는 물질도, 각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도 다르다고 여겨졌다. 물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었다. 하늘과 땅은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적용되는 법칙마저도 달랐다. 그런데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두 세계를 하나로 묶어버렸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나, 달이 지구를 도는 것이나 법칙은 똑같았다. 뉴턴을 통해 갈라져 있던 우주는 비로소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물체의 일부에만 적용되던 법칙이 ‘모든’ 물체를 포함하게 되었다.(259쪽)    

 

후배 작가가 신작이라면 책을 보내왔다. 책 제목을 보니 《톡 쏘는 방정식》(지노, 2020)이다. 후배 작가의 필명은 ‘수냐’다. 수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수학과 관련된 책만 냈다. 인생의 대부분을 방황하며 지내다가 나이 들어 수학에 매료되어, 세상을 수학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화도 수학적으로, 문학작품도 수학적으로, 언어도 수학적으로, 심지어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도 수학적으로 접근한 작가다. ‘수학 인문학자’라고 나는 부르고 싶은데 자칭 ‘수학짜’다. 어쩌면 수학교사보다 수학을 더 좋아하는 작가일지 모른다. 언젠가 사석에서 신(神)을 수학적으로 정의 내려보라고 했더니 “신은 여집합이다”라고 말했다. 재밌다고 하니, 언젠가는 신증명을 수학적으로 해보고 싶단다.


이번에 나온 책은 방정식과 관련된 책이다. 방정식을 푸는 책이 아니라, 방정식이 무엇인지, 방정식을 왜 방정식이라고 말하는지, 방정식의 사용 용도는 어디인지, 조곤조곤,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편집이 시원시원하여, 톡톡 끊어있는 맛이 있고, 톡 쏘는 느낌을 주는 시원한 수학책이다. 부제목이 ‘삶이 풀리는 수학 공부’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내가 궁금한 것을 방정식의 형태로 만들고 있어서 놀라웠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랑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이 책은 사랑의 대문자 LOVE의 각각의 음절에 맞춰서 방정식을 소개하고 있다. 방정식으로 L, O, V, E를 나타낼 수 있다. 사진을 참고하시라.


 나는 설 삼아 사랑의 방정식을 구해보았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았다. 사랑을 구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엇이냐고? 이해다, 신뢰다, 돈이다, 배려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공식을 만들었다.

“사랑(Love)은 서로의 이해(Understand)를 바탕에 둔 공동의 삶(Community)과 약간의 돈(Money)이다.” 간단히 수식화하면 이렇다.

 

                        L=UC+M


물론 가중치를 둘 수 있다. 제곱을 하거나 중요도에 따라 일정한 수를 곱하거나, 반비례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자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방정식이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과감한 방정식을 재미로라도 만들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것은 이 책의 다양한 방정식의 사례들이다. 피자를 맛있게 만드는 방정식, 히트곡을 만드는 방정식, 야구경기에서 승리하는 방정식 등 이 책에는 기기묘묘하고 흥미로운 방정식의 실제 사례들이 넘쳐난다.

게다가 방정식은 그야말로 우리네 삶에 적용이 안 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우리가 그것을 방정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 예를 들면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 역시 당시 보편정신을 추구했던 동시대인 뉴턴의 사유와 방법의 친연성을 갖는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철학을 공부한 나로서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을 수학문제만 풀다가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수학은 문제풀이가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것이고, 그 문제의 답을 얻는 과정에서 엄청난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제시하고 있다. 못 믿겠으면 구입하여 읽어보시라. 수학책이지만 술술 읽히고 방정식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추신> 그동안 분리되어서 사고되었던 하늘의 원리와 땅의 원리를 통합한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방정식)이 주는 위대함이란. 만약에 T셔츠가 있다면 이 공식을 꼭 써서 입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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