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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ug 01. 2020

2020 독서노트 79 : 유튜브의 명과 암

크리스 스토클-워커, 《유튜버들》(미래의창, 2020)

최근에 유튜브는 인간적인 알고리즘을 일부 활용해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인간적인 알고리즘은 우리의 가장 좋은 상태와 가장 나쁜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이를 증폭시킨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기뻐 날뛰기도 한다. 유튜브YouTube는 ‘너를 위한 튜브’ 일뿐 아니라, ‘나를 위한 튜브MeTube’이기도 하고 ‘우리를 위한 튜브UsTube’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유튜브 없이도 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유튜브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유튜브는 언제나 커져 있고, 늘 무언가 올라온다.(316쪽)  

   

유튜브의 시대다. 물론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튜브가 대세다. 중장년층 어른들이 대형 브라운관 TV를 장만하고 다중채널을 마련하는 것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했다면,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서핑한다. TV와 유튜브의 전쟁에서 TV가 질 확률은 대단히 높다. 게다가 셀럽들의 잔치인 공중파보다는 아마추어라도 자신이 올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유튜브야말로 새로운 금광이 있는 신천지에 가깝다. 유튜브에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자신의 날 것 그대로를 올릴 수 있다. 세련된 편집도, 화려한 스펙터클도, 놀라운 웅변력도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재수가 좋으면 수많은 조회수와 더불어 천문학적 금액을 벌 수 있다는 로또와 같은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것을 본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아예 유튜버를 자신의 미래로 꿈꾸기도 한다.

어디 젊은 세대뿐이랴. 이제 연령대를 초월하여 누구나 유튜버에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싶어 한다. 최근 들어 지역에서 유튜브 영상 만들기를 배우는 6회 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50~60대의 중장년층이 대상이었다. 그곳에 가봤더니 새파랗게(?) 젊은 유튜버가 자신의 유튜버 경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연애스토리에 타로카드 봐주기가 그의 유튜브 컨텐츠였다. 중장년 세대의 문제의식과는 동떨어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생각했지만 다들 열심히 경청하였다. 그들의 열기 속에서 '나도 유투버가 될 수 있다'는 열망을 보았다.


개나 소나 말도 유튜브 스타가 되는 이 요지경과 같은 세상을 알기 위해 구입한 책이 크리스 스토클-워커가 쓴 《유튜버들》(미래의창, 2020)이다. 부제가 ‘온라인 관종은 어떻게 TV를 뒤흔들고 새로운 스타 계급이 되었나>이다. 초창기 유튜브의 역사로부터 오늘날의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훑으면서 유튜브(유튜버)의 속살을 살피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은이는 영국의 기술 칼럼니스트로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3년에 걸쳐 100명에 가까운 유튜버들과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전 세계를 돌며 유튜버 행사와 각종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책에서 그는 유튜브를 찬양하는 사람들과 비난하는 사람들, 유튜브의 대항마를 꿈꾸는 동영상 사이트, 10대 유튜버 지망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유튜브 알고리즘에 저항하는 사람 등,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화면 밖 유튜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이 책에는 유튜버의 성공담과 같은 밝은 측면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그늘도 담고 있다. 성공을 향한 열망은 인간을 어디까지 추락시키는지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게다가 유튜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작동원리)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태에서 신세계를 탐험하는 꼴이다. 게다가 유튜브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튜브의 대응은 아직 불충분하다. 우리가 거론하는 것이 첫 번째 광고 대참사든, 두 번째 광고 대참사든, 엘사게이트든, 테러에 관한 내용이든, 극단적인 내용이든, 장난이든, 음모론이든 나아가 유튜브로 인해 벌어진 수많은 추문 중 그 어떤 것이든 유튜브의 대응 태도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유튜브는 언제나 너무 소극적으로, 그것도 너무 늦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유튜브로 인해 사회적 통념을 불신하는 세대가 등장해서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그것을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을 은둔형 외톨이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알고리즘은 아이 세대가 유튜브 생방송을 보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고, 다른 세대보다 더 대담하며, 더 독립적이고, 더 극단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길들여왔다.” (313쪽)     


그럼에도 이 신세계를 경험하려는 사람들은 넘쳐날 것이다. 유튜브는 이제 인터넷의 생태계가 되었다. 나도 조심스럽게 이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통해 유튜브의 생태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으니 약한 백신 한 대는 맞은 것이리라 위안해본다. 여러분이나, 나나 건투를 빈다.       


<추신> 유튜버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유튜브에 몰빵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자신을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신을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유튜브는 마술램프 속 지니가 아니라, 광고주들의 입김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되는 기업의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의 담지 말라는 오래된 지혜는 유튜브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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