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20 : 용잡는 기술

단맛 10 - 무기가 생겼으니 무기를 써먹어야지?

by 김경윤

무기가 생겼으니 무기를 써먹어야지?


장자가 말했습니다. “도를 알기는 쉽지만, 그것을 말하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은 묵묵히 자연을 따르는 것입니다. 알았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을 따르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을 따랐지 사람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주평만은 지리악에게 용 잡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천금이나 되는 집을 세 채나 팔아 수업료로 내고 삼 년만에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용이 사라지고 말아 그 기술을 쓸 데가 없어졌습니다.


훌륭한 성인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고집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반드시 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기가 많습니다. 무기가 많으니 무기를 써먹으려고 무언가를 찾아 다닙니다. 그러다가 망합니다.

- <열어구>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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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뽑았으면 무라고 깎아먹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망치를 쥐고 있는 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박고 싶고, 계산기를 쥐고 있는 자는 뭔가를 계산하려 할 것이다. 총을 쥔 자는 쏘고 싶고, 칼을 쥔 자는 휘두르고 싶고, 몽둥이를 든 자는 부수고 싶어진다. 자신이 도구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장사꾼들은 상품을 팔아도 되는지 묻지 않고 어떻게 팔지를 생각한다. 윤리의 부재이다. 자신의 관점과 틀에 갇혀 세상을 그 속에 욱여넣으려고 하면, 세상은 온전히 있을 수 없다. 왜곡되고 파괴된다.

고기를 더 먹고 더 팔기 위해 동물의 권리는 쉽게 외면한다. 육고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개는 음식(개장국)에서 장난감(애완견)이 되었다가 이제는 반려자(반려견)가 되었다. 말이 반려견이지 개의 번식력을 억제하려고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집안에서 키우려고 성대를 자르고, 보기 좋게 하려고 미용을 시키고, 염색을 하고, 옷을 입힌다. 개한테 묻지도 않고 물을 생각도 없이.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만 하는지 묻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냥 한다. 능력이라면서. 이제는 사람의 능력이 무서워진다. 돈이 많은 사람은 그냥 돈을 쓰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그냥 지식을 자랑하며, 강한 사람은 그냥 강함을 과시한다. 그것이 끼치는 결과는 생각하지도 않고. 할 수 있으니까 한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한다. 심지어 해서는 안 되는 일도 하려고 한다.


옛날의 주평만은 용이 사라지자 용 잡는 기술을 포기했는데, 오늘날의 주평만은 용 잡는 기술을 써먹기 위해 없는 용도 만들어낸다. 그래야 자신의 값비싼 기술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얼마전 통일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이인용 후보에게 ‘원조 빨갱이’를 자처하는 태영호 의원이 “주체사상을 믿느냐?”고 묻는 물음이 바로 용 잡는 기술과 같은 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기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필코 빨갱이를 만들어내려 한다. 그 무기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도 모르고.


과거의 써먹었던 무기의 소용이 사라졌다면, 그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 일이다. 없는 적을 만들어 무기를 휘둘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뿔싸, 세상은 무기를 없애지 않고, 무기를 휘두를 대상을 새롭게 생산해낸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악의 축이라는 낙인으로, 주적이라는 명분으로. 그렇게 무기를 휘두르다가 전 인류가 파멸할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용은 사라졌다. 이제 용 잡는 무기도 사라져야 한다.


<추신> 그래도 용 잡는 기술이 그리우면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을 볼 일이다. 그게 재미도 있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


왕좌의 게임.jpg 미드 <왕좌의 게임> 시즌 7편의 포스터. 얼음 용과 불 용의 대결도 볼 만하고, 용잡는 기술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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