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9 - 뭐가 뭔지 나도 몰라
옅은 그림자(罔兩)가 짙은 그림자(景)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아까는 내려다보더니 지금은 올려다보네요. 아까는 머리카락을 묶더니 지금은 푸네요. 아까는 앉아 있더니 지금은 서 있네요. 아까는 가고 있더니 지금은 멈춰 있네요. 왜 그러는 거지요?”
짙은 그림자가 말했습니다.
“나도 잘 몰라요. 그냥 그러는 거지요. 뭐 그런 걸 물어요. 나는 매미 껍질이나 뱀의 껍질과 같은 거 아닐까요? 그런데 그런 것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남겨진 형체가 없으니 다른 걸지도 몰라요. 나는 불빛이나 햇빛이 있으면 나타나지만, 그늘이 있거나 밤이 되면 사라집니다. 이런 것들을 내가 의지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의지하고 있지 않는 걸까요? 무언가 오면 나도 따라오고, 무언가 가면 나도 따라갑니다. 무언가 강하게 움직이면 나도 강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니 나의 움직임에 대해서 나한테 왜 그러냐고 물을 수 있을까요?”
- <우언> 5
사물에 빛을 쏘면 그림자가 생긴다. 아침에는 그림자가 길어졌다가 정오에는 그림자가 사라지고 오후가 되면 점점 그림자가 길어지는 이유이다. 그럼 그림자는 빛 때문인가, 사물 때문인가? 빛이 없거나 사물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다. 그림자도 가운데의 짙은 그림자와 주변의 옅은 그림자로 구별할 수 있다. 짙은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옅은 그림자도 따라간다. 아마 더 옅은 그림자가 있다면 그 그림자는 옅은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가겠지.
사물은 왜 움직이는가? 외부의 영향인가? 내부의 의지인가? 외부의 영향에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가? 내부의 의지에도 꼼짝 안 할 수 있는가? 어느 정도의 영향이면 움직이는가? 어느 정도의 의지이면 움직이는가? 움직이게 하는 원인은 있는가? 그 원인은 하나인가? 여럿인가?
여럿이라면 어느 것도 결정적이고 어느 것이 부수적인가? 결정적인지 부수적인지 무엇이 결정하는가?
빛은 왜 생기는가? 자체적으로 생긴 것인가? 빛이 생기게 하는 다른 원인이 있는가? 그 원인은 하나인가, 여럿인가? 빛의 크기와 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그 결정은 정해진 것인가, 변하는 것인가?
질문은 질문을 낳고, 또 그 질문은 다른 질문을 낳는다. 질문의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으니, 우리가 지금 던지는 질문이 어디에 속한 질문인지도 알기 어렵다. 존재와 관계는 다른 것 같지만, 관계 없는 존재 없고, 존재 없는 관계 없다. 존재는 관계의 연쇄 그물망의 한 마디이며, 그 마디는 또 다른 존재를 낳고 지운다. 그 관계 속에 우리는 존재한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소멸하는 존재의 인드라망 속에!
그러니 자 물어보자. 그대는 왜 움직이는가? 그대가 움직인 것인가? 그대를 움직이게 한 것인가? 그대는 왜 멈췄는가? 그대가 멈춘 것인가? 뭔가가 그대를 멈추게 한 것인가? 그대가 원인인가? 그대는 결과인가? 원인이라면 원인이라는 것을 어찌 아는가? 결과라면 그것이 결과임을 어찌 아는가? 잘 모르겠다고?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잘 모르겠다는 진실을 절실히 안고 살아보자.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첨가> ‘오직 모를 뿐!’ 하나로 일가를 이룬 숭산스님의 한 마디를 써놓는다.
“70여생 동안 무엇을 했을까?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준다. 왜 그럴까? 오직 모를 뿐. 모를 뿐이라면, 어떻게 할까? 행하라, 오직 모를 뿐 구름 걷히니 밝은 태양이 비추인다. 오직 모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