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14 : 나르시시즘의 불행

단맛 4 - 자뻑하지 마라

by 김경윤

자뻑하지 마라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한 여관에 묵게 되었습니다. 여관 주인에게는 첩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미녀고 다른 하나는 추녀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추녀가 귀여움을 받고 미녀는 천대를 받고 있었습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묻자 주인이 말했습니다.

“예쁜 첩은 자기가 예쁜 줄 너무 잘 알기에 예뻐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첩은 자기가 부족한 줄 알기에 못나 보이지 않습디다.”

양자가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기억해두거라. 현명하게 행동해도 스스로 현명하다 하지 않으면 가는 곳마다 편안하고, 사랑을 받을 것이다.”

<산목> 9


‘자뻑’이라는 화투계의 전문용어가 있다. 자신이 싼 패를 자신이 회수한다는 말로, 요행이 회수하면 부러움을 사지만, 의도적으로 회수하면 미움을 사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비의도성(非意圖性)’이다. 의도하지 않은 행위는 미움받을 가능성이 적지만, 의도한 행위는 반드시 미움을 받는다.

예쁜 것도 마찬가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면 부러움을 사지만, 의도적으로 잘남을 드러내면 미움을 사게 된다. 그러니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여,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 자중자애(自重自愛)라 말하니 뜻 그대로 ‘스스로 귀히 여기고, 스스로 사랑하라’는 말만 생각한다면, 반만 아는 것이다. 자중자애(自重自愛)의 본령은 ‘드러나지 않음’에 있다. 옛 어른들이 자중자애하라고 당부하면, 그 말은 ‘나대지 말라’는 뜻이다. 나대다의 형제지간의 말로는 설치다, 날뛰다, 깐죽대다, 깝죽거리다, 깝씬거리다, 촐랑거리다, 깝치다(사투리) 등이 있다.

화투계의 전문용어가 확장되어 일반적인 의미에서 ‘자뻑’은 강한 ‘자아도취’를 뜻하기도 한다. ‘스스로 뻑이 간다’는 뜻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뿅 간다’는 무의식적 도취라면, ‘뻑 간다’는 의식적이고, 과도한 도취이다. 부드럽게 취하면 뿅 가지만, 확 취하면 뻑 간다. 뿅 가는 게 초기증세라면, 뻑 가는 건 말기증세다. 뿅 가는 건 치유가 가능하지만, 뻑 가는 건 난치를 넘어 불치에 이른 것이다. 가끔 뿅 가는 건 괜찮지만, 뻑 가는 건 위험하다.

자뻑에 해당하는 서양말로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있다. 젊고 아름다운 나르키소스가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그에 사로잡혀 연못에 빠지고, 결국 죽게 된다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용어다.

나르키소스 2.jpg 카라바조, <나르키스소> (로마 바르베리니 궁전 고대 국립미술관 소장.)

자기 자신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자기의 테두리에만 갇혀 지내면서 자기 밖을 보지 못하면 위험하다. 자신보다 약한 밖이라면 그들을 피곤하게 만들 것이고, 자기보다 강한 밖이라면 그들에게 미움을 사서 곤경에 처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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