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며 작가를 생각한다
노자의 작가론 두번째 단상이다. <장자의 맛> 연재가 끝나면, 이 단상으로 작가론을 연재하고 싶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38장부터 81장까지는 노자 <도덕경> 중 <덕경>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38.
훌륭한 작가는 자신을 믿습니다.
세평(世評)을 멀리하고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글에 집중하고 명성을 잊습니다.
39.
글을 쓰고 있는 동안은
오직 글에만 집중하십시오.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우고
돌처럼 담담하십시오.
40.
글을 다 쓰면
처음으로 돌아오십시오.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십시오.
41.
마음의 소리를 글로 다 담았다면
이제 글처럼 힘써 사십시오.
42.
튀는 글보다는 따뜻한 글을 쓰십시오.
생명을 보듬는 글을 쓰십시오.
이것이 으뜸입니다.
43,
힘을 빼고 글을 쓰십시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깁니다.
44.
글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적당할 때 멈추십시오.
적당할 때 멈춰야
위태롭지 않습니다.
45.
모자란 듯한 글이 좋은 글입니다.
어눌한 듯한 글이 좋은 글입니다.
틈을 만드십시오.
46.
자신의 글에 만족하십시오.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지 마십시오.
화를 풀고 허물을 덮으십시오.
47.
글을 쓸 때는
고요하게 멈추십시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마십시오.
그 자리를 지키십시오.
48.
글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글을 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없애고 없애야 합니다.
억지꾸밈을 지우십시오.
49.
너무 고집을 부리지 마십시오.
독자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으십시오.
독자를 함부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50.
자신이 써놓은 글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51.
생각이 글을 낳고
글은 마음을 기르고
마음은 삶을 키우고
삶은 사랑을 돌보고
52.
글을 보면 작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식을 보면 어미를 알 수 있듯이.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53.
지나치게 화려한 글은 물립니다.
작은 앎을 전달하십시오.
그것이 가장 큰 것입니다.
54.
좋은 글은
자신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세상을 살립니다.
사라지지 않습니다.
55.
아이의 마음을 닮으십시오.
약하고 부드러우나
가장 단단한 힘이 있습니다.
56.
아는 사람은 많이 쓰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많이 씁니다.
57.
때로는 임기응변이 필요합니다.
임기응변의 용도는 변명이 아니라
억지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58.
모난 글에 다치지 않도록
날카로운 글에 베이지 않도록
높은 글에 추락하지 않도록
빛나는 글에 눈부시지 않도록
59.
글쓰는 일에
문장을 아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아끼고,아끼십시오.
60.
글을 쓸 때는
문장을 이리저리 뒤집지 마십시오.
글을 망치게 됩니다.
61.
시냇물이 흘러 강으로 모이듯이
문장이 흘러 글이 되게 하십시오.
62,
따뜻한 글은
배고픈 독자의 양식이요
아픈 독자의 은신처입니다.
63,
억지 없는 문장을 쓰고
억압 없는 글을 만드십시오.
담담한 글이 맛있는 글입니다.
64.
모든 책은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아름드리 나무가 싹에서 나오듯이
높은 건물이 한줌 흙에서 오르듯이
문장을 보살피십시오.
65.
좋은 글은
독자를 똑똑하게 만들기보다
선하고 바르게 만듭니다.
똑똑하긴 쉽지만 바르긴 어렵습니다.
66.
바다가 위대한 것은
가장 낮기 때문입니다.
낮아지고 낮아지십시오.
낮은 사람의 소리에 귀기울이십시오.
67.
작가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습니다.
사랑,아낌, 겸손!
글에 이 세 가지를 담으십시오.
68.
좋은 작가는 좋은 문장을 아낍니다.
좋은 무사가 칼뽑기를 아끼듯이.
69.
독자를 이기는 문장을 쓰지 말고
독자가 이기는 문장을 쓰십시오.
70.
쉬운 문장을 쓰십시오.
뜻있는 문장을 쓰십시오.
중심이 선 문장을 쓰십시오.
71.
아는 체 하지 마십시오.
모른다는 걸 아십시오.
모른다는 걸 알면 탈이 없습니다.
72.
작가가 뒤로 물러서야
독자가 앞으로 나섭니다.
독자가 앞으로 나서면
작가는 영원해집니다.
73.
문장이 너무 촘촘하면 숨을 쉴 수 없습니다.
문장에 쉴 틈을 주십시오.
틈이 있어야 글이 살아납니다.
74.
남의 문장을 쓰지 말고
자신의 문장을 쓰십시오.
남의 문장을 쓰다가
자신이 다치게 됩니다.
75.
글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음번에 쓸 것이 없어집니다.
굶주리게 됩니다.
76.
살아있는 문장은 부드럽습니다.
죽은 문장은 단단합니다.
단단하면 쉬 꺾이고 부러집니다.
77.
아껴야 나눌 수 있듯이
남는 문장을 덜어내야
모자라는 문장에 보탤 수 있습니다.
78.
부드럽고 여린 물이
강한 바위를 뚫듯이
부드럽고 여린 문장이
닫힌 마음을 열게 합니다.
79.
빚진 자를 다그치지 말아야 하듯이
문장을 다그치지 마십시오.
참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
80.
진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핵심을 보존하고
허식(虛飾)을 피하십시오.
81.
아름다운 문장보다 믿음직한 문장
화려한 문장보다 착한 문장
박식한 문장보다 지혜로운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