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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ug 19. 2020

2020 독서노트 83 : 언어유희로 무장한 편집력

유명만, 《독서의 발견》(카모마일북스, 2018)

대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술책이 나오고, 상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전재하지 않으면 실책이 나오며, 직책에 맞는 중책을 찾지 않으면 문책당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자책하지 않으면 질책당할 수 있고 산책하며 책을 소화시키지 않으면 주책을 떨 수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결국 책잡히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책잡히기 전에 책을 읽어야 되는 이유다.(74쪽)     


독서(讀書)는 고독(孤獨)한 마음으로 정독(精讀)하고, 느낀 점을 낭독(朗讀)하면서 써보며, 쓴 내용을 지독(至毒)하게 실천하면 중독(中毒)된 마음의 독소(毒素)가 해독(解毒)되면서 마침내 책의 내용을 해독(解讀)하는 행위다. 독서를 열심히 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화색(和色)이 도는 이유다.(126쪽)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서 자칭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를 알게 되었다. <세바시 15분>에도 3번이나 출연한 유명강사이기도 하다. 더 놀라운 것은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1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는 점이다. 나도 나름 책을 많이, 빨리 쓰는 작가 중 하나인데, 그는 나보다 5배는 많이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초고속 집필작가다. 그가 쓴 책들의 목록을 보니 재미난 제목의 책도 있고, 재밌는 목차의 책도 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독서와 글쓰기라 그가 쓴 책 중에서 《독서의 발견》 (카모마일북스, 2018)을 일단 구입하여 ‘읽어버렸다.’


일단 간략하게 이 책을 평가하면, 언어유희로 무장한 아재개그(?)와 그와 관련된 수많은 책들의 주체적 짜깁기(브리콜라쥬, 편집)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언어유희. 그는 하나의 어휘와 유사한 어휘들을 찾아내어, 그것들로 장난스러운 말장난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 개, 사과를 연속으로 보여주면서 ‘공개사과’라고 말한다든지, 반전(反轉)을 말하며 반쪽짜리 파전을 보여주는 것 등은 허탈한 웃음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위에 인용한 두 부분도 그러한 언어유희로 만들어진 문장이다. 이러한 언어유희는 한두 번은 기발해 보이지만 여러 번 반복되면 싫증 날 수도 있다. 그의 책은? 언어유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조금 싫증 낼 수도 있다.  

디음은 주체적 짜깁기.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이런 것을 알아챘다. 아하, 독서와 관련된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두었다가, 에디톨로지(editology, 편집력)를 잘 하면 책이 된다. 그의 책 뒤에 참고자료들을 보면 그가 어떤 책이나 기사나 영화를 참고하여 편집력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이 얼마 걸렸는지는 각기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읽고 모아놓은 자료를 자신의 논리에 따라 주체적으로 편집하여 푸는 데에는 그리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유명만 교수가 일 년에 책을 4~5권 쓰는 비밀을 보는 것 같다. 


그의 책은 머리가 굳은 사람에게 기발한 착상이나 주체적 짜깁기를 통해 유연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언어유희를 통한 착상과 짜깁기는 자칫 잘못하면 썰렁한 아재개그로 전락하거나 표절의 위험을 항시 안게 된다. 나는 《독서의 발견》을 통해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보면서 좀 더 나가면 위험하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유영만 교수가 보여주는 장난스러운 사고실험은 창의적 발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인생에 반전을 주는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초보작가에게 유영만식 글쓰기는 권장할만한 것이 못 된다. 그는 오랫동안 지식을 만지작댔던 지식인인 반면, 초보작가의 경우에는 그렇게 지식으로 장난을 칠 수 있는 베이스를 아직 못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좀 심하다 싶은 정도로 많은 인용을 뚫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길을 잃지 않고 전개하는 것에 그의 집필력의 한 극단을 보았다. 그가 쓴 다른 책도 몇 권 더 읽어봐야겠다. 후속 독서가 나의 책 구매와 독서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의 언어유희식으로 말하면, 그를 편견이나 선입견이라는 개로 판단하지 않고, 백문이불여삼견이라는 개로 바라볼 것이다. 일단 세 권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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