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인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도대체 큰 출판사가 어디예요? 문동, 창비, 웅진, 다산, 위즈덤, 랜덤, 민음사, 김영사, 뭐 이런 데? 진짜로 그런 데서 책을 내야 잘 팔리는 거예요?”
나의 개소리를 진지하게 듣던 편집자님이 핸드폰을 몇 번 두드리더니 내 눈앞에 화면을 들이밀었다. YES24의 에세이 베스트 순위였다.
“보세요, 작가님. 에세이 베스트 10위권 안에 대형 출판사가 몇 개나 있는지.”
과연 알 만한 출판사보다 모르는 출판사가 훨씬 많았다. 편집자님의 이어지는 말씀은 이러했다. 마케팅에 큰돈 들이기 어려운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것도 위험부담이 큰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출판사와 계약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대형 출판사에서는 한 달에만 30여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 한두 권에만 마케팅비를 쏟아붓는다고.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란 거다.
그러니 대다수의 신간들은 변변한 마케팅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끝난다고. 어쩌면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고.(146~147쪽)
때로는 제목에 눈길이 가서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주윤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드렁큰에디터, 2020)이 그런 경우다. 거기에 1만 2천 원이라는 가격대와 – 10% 할인받으면 1만 8백 원에 살 수 있다. - 젊은 작가가 썼다는 점도 구입 욕구를 부추겼다. 밥 한 끼 가격이라면 한 끼 굶고 사지 뭐, 이런 심정으로 구입하여 읽었다.
드렁큰에디터라는 출판사에서 ‘먼슬리에세이’ 시리즈물을 내면서 젊은 작가의 솔직한 글들을 한 달 단위로 출간하려는 목적으로 가볍게 만들어놓은 책 중 2번째 책이다. 각 책마다 주제가 있는데, 이 책은 무려 ‘출세욕’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자신의 출세욕을 거리낌 없이 노골적으로 솔직히 밝히는 방식으로 써놓은 에세이인 셈.
재미난 발상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시리즈물이 나왔/오나 살펴보았더니 시즌별로 5권의 에세이가 기획되어 있다. 시즌1은 ‘욕망’이라는 큰 주제 하에 물욕, 출세욕, 음주욕, 공간욕, 식욕 등을 다루고, 시즌2는 ‘일’이라는 주제 밑에 멀티태스킹, 마이너리티, 네트워킹, 모티베이션, 아이덴티티를 다룬다. 참신한 발상에 젊은 기획이다.
자, 그러면 한 번 읽어봐. 책은 술술 읽힌다. 120*170mm 사이즈에 180쪽짜리 209g 밖에 되지 않으니 분량도 1시간 분량이다. 깊이 생각할 내용도 없다. 자신의 경험과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 놓고 있다. 작은 출판사 편집자를 하면서 자신의 책도 내고, 남의 책도 기획하고, 출세한 또래 작가를 부러워하고, 말도 안 되는 책들이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출판현실을 욕하고, 자신의 책은 왜 이리 안 팔리는지 한탄하고, 결국 팔리는 책을 꼭 내서 출세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그게 가능할까 의심도 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쓸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절감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는 작가의 이야기다.
출판계에 몸담고 있으니 출판사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작가로서 책도 내봤으니 베스트셀러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잘 안다. 그러면서 겪고 깨달은 소소한 글쓰기 지침이나 도움이 될만한 출판 정보들을 깨소금 치듯이 톡톡 전달하기도 한다.
작가는 출세와는 거리가 멀기에, 출세욕을 마음껏 발산한다. 그런데 그 출세욕이 지긋지긋한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쓰는 삶을 위해’ 팔리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응원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나의 책 구매가 그에게 응원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평소에 책은 읽기가 아니라 ‘구매’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는 소신을 펼쳐온 바, 작가에 대한 최대의 응원은 작가가 쓴 책 구매다. 요기까지 쓰면 되는데,
저 밑바닥에서 꼰대가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출세욕을 드러내며 생각나는 대로 그냥 쓰면 되나? 자신의 소소한 삶의 일상을 재치 있는 문체로, 재밌게 써서 많이 팔리기만 하면 작가로서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건가? 자신의 욕망을 한껏 드러내는 것이 별로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된 지 오래다. 부끄럽기는커녕 차라리 권장된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나, ‘성공하는 자가 되겠다’는 다짐의 방향성이 항상 모호하다. 글이 재밌게 써진다고, 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괜찮은가? 이 터무니없이 낡은 ‘작가의식’을 나는 떨쳐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과 같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글이 너무 가벼워서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