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노자 77 : 줄이고 채우라

교육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참된 가르침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높은 곳에서 흘러 낮은 곳으로 갑니다.

남는 것을 덜어내어 모자란 부분을 채웁니다.


그런데 학교는 어떻습니까?

경쟁이 넘쳐나고 공존은 부족합니다.

성적을 숭상하고 삶을 해칩니다.


모자란 아이들은 소외시키고

남는 아이들에게 보태줍니다.

더 필요한 아이들의 것을 빼앗아

충분한 아이들에게 채워줍니다.


참된 가르침은 어디에 있습니까?

참 스승만이 할 수 있습니다.

넘치도록 가르치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

힘을 다해 가르치고도 공을 주장하는 않는 것

지혜롭게 가르치고도 지혜를 드러내지 않는 것

참 스승이 걷는 참된 가르침의 길입니다.


‘강남 8학군’이라는 말은 단순히 교육의 행정구역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자들의 교육 도박이 완성된 곳, 입시의 성지, 학원의 메가, 학부모들의 욕망처를 뜻합니다. 대한민국은 부(富)만 세습되지 않습니다. 유형의 자본이 무형의 문화자본으로 녹아들어, 경제자본을 지배하는 자가 모든 자본을 지배하고 세습합니다. 부익부 빈익빈은 경제현상이 아닙니다. 교육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유지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행 입시제도 때문입니다. 성적과 스펙으로 줄을 세우는 입시경쟁 속에서 아이들의 행복이나 민주주의가 자라날 리가 없습니다. 김누리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에서 이러한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며, 대한민국의 교육은 100년 동안 진정한 교육과는 정반대로 전개되는 반(反)교육이었다고 말합니다. 김누리는 이처럼 반행복적이고 반민주적인 교육을 일소하려면 무엇보다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교육현장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천할 최초의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당연히도 교사입니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육현장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나섰던 전교조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교육현장의 ‘민족, 민주, 인간화’를 주장하다가 해직되었습니다. 급기야는 전교조라는 교사들의 노동조합 단체가 불법화되어 오랜 기간 어둠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2020년 9월 3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교조는 다시 합법화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축하할만한 일입니다.


전교조 합법화 법외노조 통보 위법.jpg 2020년 9월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정부가 전조교는 합법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했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함으로써 전교조의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교조가 합법화되었다고 해서 교육현장이 나아질까요? 선생님들의 사정이야 나아질지 모르지만, 학교현장이 나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합법적 노조운동을 인정받은 노동현장에서도 비정규직, 파견직, 알바직 등 노동의 하층에서 행복과는 전혀 거리가 먼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넘쳐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 조직의 합법화=아이들의 행복’이란 공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와 행복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실천되어야 합니다. 성적이나 진학과 관계없이 아이들이 차별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의 행복추구와 민주주의적 태도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교사가 앞장서야 합니다. 교사의 사정이 나아질 뿐 아니라 학생들의 사정이 더욱 나아져야 합니다, 학교는 교사를 위하여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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