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자론 5 : 중심이 있어야 오래갑니다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수필(隨筆)이란 장르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형식적 구애를 받지 않는 점,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하는 대로 쓴다는 점은 모두 자유(自由)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시처럼 운율을 맞추어야 하는 운문이 아니라 산문의 형식이니 아마도 문학 장르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가 바로 수필이겠네요.

그래서 수필을 쓸 때는 좀 더 마음이 편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입니다. 아무리 자유로운 형식의 장르라고 하더라도,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은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왕좌왕하다 보면 방향을 놓치지 십상입니다. 수필에도 제약에 있습니다. 일정한 분량이 있고,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기 마련이지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신의 느낌이나 체험을 담아 글을 써야 합니다.


게다가 자유로운 글쓰기만큼 자유롭지 않은 글쓰기가 없습니다. 차라리 주제가 있으면 그것을 쓰면 되는데, 주제가 주어지지 않을 때 난처함이란. 그래서 수필을 쓸 때에는 한도를 정해놓고 쓰는 것이 편합니다. 한도(限度)라는 말속에는 수렴(收斂)이 숨어있습니다. 자신이 한 말을 주어 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농사꾼은 자신이 거둬들일 만큼 씨를 뿌립니다. 마찬가지로 작가도 글을 쓸 때 거둬들일 것이 얼마인지 측정해야 합니다. 거둬들일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많이 뿌리는 행위는 욕심입니다. 차라리 자기 깜냥에 따라 적절하게 뿌려야 합니다. 문장으로 표현하면 장황(張皇)하게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장황한 글쓰기에는 뒷마무리를 짓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길고 화려한 문장보다는 짧고 소박한 문장을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고 본질에 육박하십시오. 팽이가 오래 돌기 위해서는 중심이 잡혀 있어야 하듯이, 글도 중심이 잡혀 있어야 긴장감을 유지하며 오래갈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중용(中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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