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7 : 독자를 가르치지 말라

작가의 관점으로 다시 쓰는 노자 <도뎍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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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 이제마의 《격치고》 <천시>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사상의학의 창시자 동국 이제마

너의 지혜에 교만하지 말라.

너의 지혜가 얕은지 모른다.


너의 능력에 자긍하지 말라.

너의 능력이 혹 척박한지 모른다.


너의 재목을 앞세우지 말라.

너의 재목이 치졸한지 모른다.


너의 노력을 과장하지 말라.

너의 노력이 궁색한지 모른다.


특히 작가들이 깊이 새겨들을 일이다. 작가가 되면 남들보다 글을 더 많이 쓰게 되고, 또 남들보다 글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한다. 운수가 좋으면 그 글로 인해 때로 유명세를 타기도 하는데, 그때 작가들은 자신의 능력이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거기서 좀 더 가면 바로 꼰대가 된다. 남의 말을 귀담아듣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즐기게 되고, 그렇게 앞질러 가다 보면 독자와 거리가 저만치 멀어지게 된다. 독자와 함께 걷지 않는 작가는 이내 생명력을 잃게 된다.


독자야말로 작가의 거주지이며, 안식처이다.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모색하고 서로 힘을 북돋아 함께 걸어가야 한다. 독자는 작가보다 더 뛰어나다고 믿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독자들이 작가보다 무지하거나 능력이 떨어져서 독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족한 작가들에게 기운을 주고 용기를 주기 위해 독자의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독자는 작가만큼 글을 쓰지 않는 것뿐이다.

글을 쓰거나 읽지 않는다고 작가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작가의 거대한 오만이다. 나는 작가보다 지혜롭고 능력 있고 재목도 있고 노력도 많이 하는 독자들을 수없이 꼽을 수 있다. 그들과 함께할 뿐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작가를 먹여 살리고, 계속해서 글을 쓰게 하고, 더욱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독자가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당신의 글을 읽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참으로 축복받을 사람이다.


고전(古典)은 어떻게 고전이 되었을까?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작가의 글을 계속 읽어준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낡은 문장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준 것도 독자들이다. 독자들이야말로 불멸성의 원천이다. 늘 새롭게 독자와 만나고, 독자와 함께 하자. 영원하고 싶다면 독자 속에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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