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독서노트 번외편 : 21세기 페미니즘 선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우리는 모두 패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by 김경윤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듭니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49)


나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52)


나의 가장 진실되고 가장 인간적인 자아로 살고자 애쓰겠다고, 하지만 세상의 인정을 구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억지로 변형시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72)


상상공간 별짓에서 고양시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성평등이야기를 진행한다는 광고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전화로 신청했다. 그리고 11월 11일 행사장소에 도착한 나는 조금 놀랐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인 사람 중 나만 남성이었다는 점. 심지어는 전화신청을 한 사람 역시 나 혼자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내가 오지랖이 넓은 건가?) 주제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낮에 열리는 어떤 행사이든 남성들이 참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 많이 경험해왔던 터라 기이한 일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그 많던 남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행사(라고 말하기보다는 모임이라고 해야 적당할 것 같은) 중에 다양한 성착취, 억압, 불평등의 사례들이 발표되었고,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와 평소에 의식하지 않고 쓰는 성적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문화예술계라고 해서 면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은폐된 형태로 더 오랫동안 성적불평등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모임을 마치고 다음 모임을 이야기하면서 필독서라고 나눠준 책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쓴 《우리는 모두 패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2016)이었다. 현재까지 28쇄를 인쇄한 것으로보아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웬만한 독자들은 대부분 읽은 것으로 생각한다. 100쪽도 안되는 분량이라 모임 후에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읽기 시작하여 1시간도 안 돼서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문장은 쉽고 흡인력이 있었다.

알라딘 책소개를 보니, “유튜브에서 2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2012년의 TED×Euston 강연을 바탕으로, 2014년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스웨덴에서는 이 책을 전국의 모든 16세 고등학생에게 배부하여 성평등 교육의 교재로 삼기로 했고, 팝스타 비욘세는 강연의 일부를 자신의 노래에 샘플링했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한국어판에는 강연 전문과 더불어 에세이 <여성스러운 실수>와 여성학자 자넬 홉슨이 진행한 작가 인터뷰를 함께 실어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내친 김에 유튜브로 들어가 테드 동영상 ‘We should all be feminists’을 검색하여 30분 남짓한 저자의 연설모습을 지켜보았다. (https://youtu.be/hg3umXU_qWc) 일상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쉬운 영어로 시종일관 재미있게 연설하는 저자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좋았다. 검색수는 이미 637만을 넘어갔다. 이 영상을 일컬어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표현하기도 했는데, 페니미즘에 대하여 가장 대중적으로 접근한 연설이라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말을 하고 책을 쓰는 시대가 돌입했음을 절감했다. 이제는 30분 남짓한 연설문이 책자로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TED처럼 시민논장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책으로 만드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수많은 아디치에가 있다. 패미니즘 운동이 좀더 대중화되고 넓게 확산되어 이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을 구조적, 실존적으로 바라보면서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추신>

비욘세의 노래 <flawless>에서도 저자의 목소리가 삽입되어 있다.

https://youtu.be/56qgO0C82vY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슬아 글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