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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Feb 28. 2021

2021 독서노트 6 : 인문학과 과학의 결합

에드워드 윌슨, 《창의성의 기원》(사이언스북스, 2020)

“창의성은 인간이라는 종을 정의하는 독특한 형질이다. 창의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이해다. 우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어떤 운명을 맞을지 이해하는 것이다.”   

“창의성의 원동력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새로운 발견, 기존 도전 과제의 해결과 새로운 과제의 발굴, 예기치 않았던 사실과 이론의 심미적 놀라움, 새로운 얼굴의 기쁨, 새로운 세계의 전율 같은 것이다.”     

“창의성을 좇아서 안으로는 마음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바깥으로는 우주 전체의 실상을 탐구한다. 성취한 목표는 또 다른 목표로 이어지고, 탐구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학문의 두 주요 분야인 과학과 인문학은 우리가 창의성을 추구할 때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둘 다 혁신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나왔다.”     

“과학의 세계는 우주에서 가능한 모든 것이다. 인문학의 세계는 인간의 마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의 카드뉴스에 적혀 있는 인용구들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내용과 어쩜 이리도 일치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이번에 읽은 《창의성의 기원》(사이언스북스, 2020)은 《통섭》으로 유명한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최신작이다. 부제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인데, 그것이 다름 아닌 창의성이다. 저자는 창의성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의 독특한 형질이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창의성을 대표하는 학문이 바로 과학과 인문학이다.

문제는 현실 속에서 과학과 인문학이 따로 놀고 있다는 점,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하면서 인문학은 과학을 필요로 하고, 과학 또한 인문학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상보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문학으로 먹고사는 나로서는 저자의 주장을 백번 찬성하는 입장이다. 인문학적 논의가 과학적 태도와 성과를 외면했을 때, 얼마나 피상적이고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지 익히 알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인문학은 과학적 성과를 흡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최근 들어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생태유전학,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 채로 인문학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심심치 않게 한다. 게다가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현재까지를 추적하는 빅히스토리는 오늘날의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 생물학, 화학뿐만 아니라 고고학 등의 지식도 필요하다. 저자는 인문학의 온전한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분야를 다섯 가지 꼽으며 이를 ’빅 파이브(Big Five)’라고 명명한다. 고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진화 생물학, 신경 생물학이야말로 인문학에 우호적인 토대를 마련해주고, 여기서 인문학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우군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과 과학이 인문학을 이용한 사례, 인문학이 과학을 이용한 사례 등을 풍부하게 제시한다. 책의 마지막 장은 ‘제3차 계몽 운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1차 계몽운동 시기가 고대 아테네에서 철학적으로 부흥했던 시기였고, 2차 계몽운동이 종교전쟁 이후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활동했던 북유럽에서 벌어졌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근대철학자들이 활동했던 시기이다. 현대는 과학의 시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기야말로 과학과 인문학이 상호보완하면서 공동의 탐구를 해야할 시기라고 전망한다. 고대에는 철학이 과학을 지원했다면, 현대는 과학이 철학을 지원해야할 시기이다.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모여 미래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아름다움 모습을 상상해본다.    

  

끝으로 카드뉴스의 뒷부분을 마저 인용한다.      


“과학(기술과 함께)은 우리가 어디로든 선택한 곳으로 가고자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인문학은 과학이 무엇을 만들어 내든 간에 그것을 갖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사람들이 흔히 믿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인문학은 과학과 별개가 아니다. 어디에도 둘을 가르는 근본적인 틈새 따위는 없다. 양쪽은 서로에게 침투한다. 발견 행위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다. 과학 지식은 인간의 뇌가 만든 독특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산물이다.”     

“나는 과학과 인문학 양쪽이 만나서 공통의 탐구를 할 때 마침내 철학의 원대한 의문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전보다 더 솔직하고 훨씬 더 확신을 갖고 역사의 위대한 질문들을 다시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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