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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독서노트 7 : 증오와 폭력을 멈추라

사티쉬 쿠마르, 《부처와 테러리스트》(달팽이, 2005)

by 김경윤

“앙굴리말라, 나는 그대가 귀족과 부자와 권력자의 손에 고통 받았다는 것을 안다. 이 세상에는 무자비가 있다. 하지만 무자비는 무자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억압은 억압에 의해 끝날 수 없다. 불이 났는데 불을 더 끌어 붓는다 해서 꺼지는 것이 아니다. 무자비는 자비로, 증오는 사랑으로, 불의는 용서로 극복하려 해야 한다. 증오와 폭력의 길을 가는 여행을 이만 멈춰라. 그것이 진정한 멈춤이다. 멈춤은 평정으로, 평정은 휴식으로, 휴식은 치유로 이어진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치유일 뿐만 아니라 남들을 위한 치유이기도 하다.”(41쪽)

사티쉬 쿠마르를 아는 독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책을 읽었으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저자 소개는 이렇다. “인도 출신의 국제적인 평화운동가이자 녹색운동가, 교육가로 ‘녹색운동의 성자’로 불린다.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자이나교 승려가 되어 모든 친지들과 접촉을 끊고, 세속적인 관심을 멀리한 채 9년간 인도를 걸어서 횡단했다. 열여덟 살 때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승려의 길을 그만두고, 독립한 인도에서 간디의 비전을 실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토지개혁 운동에 참가하여,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 다니면서 불가촉천민들에게 땅을 나누어줄 것을 부유한 지주들에게 요청하였다. 또 열강의 핵무기 폐지를 위해 무일푼으로 인도에서 러시아,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오직 걸어서 3만 리의 평화를 위한 순례를 감행하였다. <리서전스(Resurgence)> 라는 잡지의 편집 일을 맡은 1973년부터 영국에 정착해 살면서 수많은 생태적이며 영적이고 교육적인 경험을 거울삼아 영혼을 안내한다. 1991년 동지이자 스승인 E. F. 슈마허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녹색사상 연구 교육기관인 ‘슈마허 대학’을 설립, 운영한다. 2001년 ‘세계 간디의 비전을 증진시키는 잠날랄 바자즈 상’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 <부처와 테러리스트> 등이 있다.”

이렇게 길게 인용하는 것은 그의 삶이 그의 저술보다 위대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의 별명이 ‘녹색운동의 성자’다. 그와 연결되어 있는 사상은 철저한 금욕생활을 수행하는 자아니교와 평화를 주장하는 불교, 그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은 마하트마 간디, 비노바 바베, 에른스트 슈마허 등이 있다. 그의 삶은 전적으로 생명과 평화, 생태운동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는 깊은 사상가이며, 심오한 통찰가이고, 가장 급진적인 실천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부처와 테러리스트》(달팽이, 2005)는 부처와 희대의 살인자 앙쿨리말라의 만남을 배경으로 소설화한 책이다. 150쪽이 살짝 넘는 이 작은 책자에 사티쉬 쿠마르는 자신의 사상적 근거인 불교를 쉽고도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을 살해하고 그의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차고 다니는 알굴리말라를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 책이 쓰여졌을 당시에 이슬람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부시정부를 겨낭하고 있는 듯하여 시사적이기도 하다. 부시정부가 채택한 폭력주의 노선이 아니라 부처의 평화주의 노선이 얼마나 더 선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 간접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이 책은 불교에 관심있는 초보자에게 가장 정확하고 아름답게 불교사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아직 품절이 되지 않아서 6,5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참에 한 10권쯤 구입하여 나와 함께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 헛말이 아님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티쉬 쿠마르에게 존경을 표하며, 앞으로 그의 책들을 부지런히 읽을 것을 다짐한다. (이미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는 구입해 놓았다. 이 책은 품절이지만 중고시장에서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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