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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작가론 20 : 글쓰기의 스승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글쓰기의 스승이 있습니까? 나의 최초 글쓰기 스승은 이오덕 선생이었습니다. 대학시절, 지적으로 충만하고 기고만장했던 그 시절, 지식인들의 글쓰기를 비판하면서 어린이의 글쓰기를 모범으로 보였던 분이 이오덕 선생이었습니다.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멋진(?) 글을 비판하고. 시골의 할머니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글을 지으라고 말했던 분이 이오덕 선생이었습니다. 전문적인 한자어와 외래어가 뒤섞인 글이 아니라, 될 수 있으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라고 권유하신 분이 이오덕 선생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강단의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글의 풍경은 오히려 진부한 반면, 이오덕 선생님이 예로 들었던 어린이들의 동시에서는 평범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속이는 어른들의 글을 보다가, ‘벌거벗은 임금’을 폭로하는 순진한 아이들의 글을 보면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특이한 것을 찾고, 기이한 것을 기록하는 것이 좋은 글이 아니라, 평범함 속에서 진실됨을 이야기하는 글이 좋은 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나의 글쓰는 태도부터 글쓰는 방향에 이르기까지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평생 한 번도 마주해본 적은 없지만, 그 이후로 나는 이오덕 선생님을 글쓰기의 교사로 삼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만약에 오늘날 뭔가 쉽고 진솔한 이야기가 내 글 속에 남아있다면 그것은 이오덕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이 막힐 때는, 논리가 꼬일 때는 이오덕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지혜는 쉬운 것이라고, 이를 아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실천하지만, 지식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합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 쉬운 지혜를 비웃습니다. 그래서 노자는 냉소 섞인 말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합니다.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면 지혜가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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